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는 없애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정치권이 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숫자가 받쳐 주지 않고, 주호영 의원이 낸 폐지안에는 제가 찬성하기 어려운 조항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10월 3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 뒤 일부 선수의 말이 기사로 나왔습니다.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고 군 면제 하나만을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야구대표팀은 사회인 선수 중심의 일본에 진 뒤 금메달을 땄다는 점에서 기준 자체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사흘 사이에 정치권이 움직였습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방부 장관)은 ‘병력 숫자가 절벽에 이른 상황인 만큼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도 ‘폐지하는 쪽’을 말했습니다. 10월 6일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하는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특례를 지우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셋 다 아직 법이 아닙니다. 국방부 말은 계획이고, 주호영 의원 안은 이제 막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시행 중인 병역법 시행령은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를 체육요원 편입 요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체육요원은 한 해 몇 명입니까?
병무청이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린 체육요원 연도별 편입 현황을 받아 더했습니다. 1996년부터 2024년까지 29년 동안 490명입니다. 한 해 평균 약 17명입니다. 최근 10년(2015~2024년)만 보면 166명, 한 해 16.6명입니다.
숫자는 고르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가장 많았던 해는 2003년 53명, 1999년 49명, 2015년 47명입니다. 2002년 부산, 1998년 방콕,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바로 다음 해입니다. 편입은 대회가 끝난 뒤에 이뤄지니 메달이 다음 해 숫자로 찍힙니다. 아시안게임과 겹치지 않는 해에는 0명에서 17명 사이였습니다. 이 제도를 움직이는 건 사실상 아시안게임입니다.
| 구간 | 체육요원 편입 | 한 해 평균 |
|---|---|---|
| 1996~2024년(29년) | 490명 | 16.9명 |
| 2010~2024년(15년) | 263명 | 17.5명 |
| 2015~2024년(10년) | 166명 | 16.6명 |
| 2023년 | 25명 | – |
| 2024년 | 32명 | – |

폐지하면 병력 절벽이 풀립니까?
풀리지 않습니다. 이 대목은 산수로 끝납니다. 병무청 연령별 입영 현황에서 징집병과 모집병을 더하면 2024년 현역병 입영은 18만 5,866명입니다. 그해 체육요원 32명은 그 0.017%입니다. 2025년 현역병 입영은 18만 4,992명, 하루 평균 약 507명입니다. 최근 10년 체육요원 166명을 다 합쳐도 현역병 입영 하루치의 3분의 1이 안 됩니다.
병력이 모자라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구멍은 스무 살 남자 인구가 줄어서 생긴 것이고, 한 해 열몇 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만든 게 아닙니다. 체육요원을 전부 현역으로 보내도 바뀌는 건 반올림 아래 자리입니다. 국방부가 말한 ‘보충역 감축’에는 사회복무요원·산업기능요원 같은 훨씬 큰 묶음이 들어 있으니, 병력을 말하려면 그쪽 숫자를 내놓고 말해야 합니다.
제가 이걸 굳이 따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틀린 이유로 옳은 결정을 하면, 다음 결정이 틀린 이유를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병력 때문에 없앤다’고 해 두면 병력이 덜 급해 보이는 날 다시 살리자는 말이 나옵니다. 없애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그럼 왜 없애야 합니까?
병역특례는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주는 보조금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18~21개월의 현역 복무 대신 34개월 동안 자기 종목에서 뛰며 544시간 봉사하는 길을 열어 줍니다. 이 보상은 예산서 어디에도 찍히지 않습니다. 대신 같은 나이에 입대하는 18만 명이 ‘모두 같은 의무’라는 원칙의 일부를 나눠 냅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값을 이렇게 매기면 행동이 바뀝니다. 금메달 하나의 값이 연금이나 포상금이 아니라 ‘면제’로 매겨지면, 선수 선발과 대회 출전이 그 값을 따라 움직입니다. 우승 직후의 그 말은 한 사람의 말실수가 아니라 제도가 붙여 놓은 가격표를 정직하게 읽은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가격이 이상하면 사람을 탓하기 전에 가격을 고쳐야 합니다.
반대편이 맞는 대목도 있습니다. 비인기 종목 선수에게 병역 특례는 선수 생활을 이어 갈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이 걱정이 옳다고 봅니다. 다만 답은 특례를 남기는 게 아니라 보상의 모양을 바꾸는 쪽입니다. 안규백 의원이 ‘이제는 경제적 보상으로 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맞습니다. 현금은 예산서에 찍히고, 누가 얼마를 내는지 보이고, 국회가 해마다 그 크기를 따질 수 있습니다. 시간으로 주는 보상은 그게 안 됩니다.
주호영 의원 안은 무엇을 바꿉니까?
매일신문이 보도한 개정안의 골자는 셋입니다.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주던 특례를 없애고, 올림픽 3위 이상 기준은 그대로 둡니다. 그리고 ‘예술·체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현저하게 높이는 등 특별한 공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국회의 추천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법안은 발의 단계이고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앞의 둘은 방향이 맞습니다. 주 의원 말대로 아시안게임은 나라마다 선수 구성과 경기 수준의 차이가 큽니다. 같은 금메달에 같은 특례를 주는 건 가격이 정보를 지우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세 번째가 문제입니다. 지금 기준은 거칠어도 규칙입니다. 금메달을 땄는지 못 땄는지는 누구도 재량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개정안은 그 규칙 하나를 지우고 그 자리에 ‘국회가 추천하고 정부가 의결하는’ 길을 엽니다. 규칙이 재량으로 바뀌는 순간 특례는 성적이 아니라 여론과 로비의 크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2002년 월드컵 4강과 2006년 WBC 4강 때 대회가 끝난 뒤 기준을 새로 열어 준 일이 있었습니다. 원칙이 흔들린 그 장면을 법률로 상설화하는 셈입니다.
정치인도 유인으로 움직입니다. 어느 대회가 국민을 들뜨게 한 다음 날, ‘특별한 공적’을 추천하지 않을 국회를 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정부를 말하는 보수 정당의 6선 의원이 정부와 국회의 재량을 넓히는 조항을 넣었다는 점이 저는 가장 아쉽습니다. 없앨 거면 깨끗하게 없애고, 올림픽 기준도 같은 잣대로 따져야 합니다.


차규근 의원 안은 어떻습니까?
주 의원 안보다 나흘 먼저, 10월 2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다른 방식의 병역법 개정안(의안 2221746)을 냈습니다. 편입 요건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예술·체육요원이 복무 기간에 번 소득 가운데 일정액을 넘는 부분에 기여금을 물리고, 그 돈을 군인복지기금으로 보내 장병 복지에 쓰게 합니다. 제안 이유는 ‘의무복무기간 동안 다른 형태의 복무와의 현저한 차별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안도 계류 중이고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진영은 다르지만 이 방식은 제 생각에 더 가깝습니다. 보이지 않던 특혜에 값을 매겨 장부에 올리기 때문입니다. 얼마를 벌면 얼마를 내는지가 보이면 특례의 크기를 사람들이 직접 따질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소득부터 얼마를 걷는지는 제안 이유에 숫자가 없고, 별도의 군인복지기금법·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이 함께 통과돼야 합니다. 저는 이 숫자들이 정해지기 전에는 찬성이라고 쓰지 않겠습니다.
국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을 열린국회정보에서 모두 뽑았습니다. 10월 2일까지 65건입니다.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65건의 제안 이유를 모두 받아 확인했습니다. 예술·체육요원 특례를 줄이거나 부담을 지우자는 안은 10월 2일 차규근 의원 안이 처음이었고, 폐지안은 10월 6일 주호영 의원 안이 처음입니다(매일신문 보도). 반대로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같은 다른 특례를 첨단산업이나 대기업까지 넓히자는 안은 2025년에 두 건 있었습니다.
이 제도는 1973년에 생겨 53년째입니다. 형평성 논란은 아시안게임 때마다 나왔고, 대회가 끝나면 조용해졌습니다. 이번에 여야가 같은 말을 하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두 달 뒤에도 같은 말을 할지는 국방위원회 소위원회 의사일정이 알려 줄 것입니다. 저는 말보다 그 일정을 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시안게임 병역특례는 폐지됐습니까?
아닙니다. 2026년 10월 6일 기준 시행 중입니다. 주호영 의원(국민의힘)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준을 지우는 병역법 개정안을 냈고, 국방부는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둘 다 국회를 통과한 법이 아닙니다.
체육요원은 한 해 몇 명이나 됩니까?
병무청 공공데이터로 1996~2024년 29년 동안 490명, 한 해 평균 약 17명입니다. 2015~2024년 10년 합은 166명이고, 아시안게임이 있던 해와 그다음 해에 몰립니다. 2024년은 32명이었습니다.
체육요원은 군대에서 무엇을 합니까?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자기 종목에서 활동하며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채웁니다. 편입 요건은 병역법 시행령상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등입니다.
병역특례는 한 해 열몇 명의 문제라서 병력 문제가 아니라, 값을 엉뚱한 화폐로 매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없애고, 보상은 현금으로 하고, 그 자리에 재량을 들이지 말 것. 롯데 선수가 걸린 결승이었다면 제 응원이 조금 달랐을 거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