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새로 올라온 법률안은 26건이었습니다. 그제는 22건, 9월 들어 18일까지 446건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며 이 목록부터 엽니다. 신문보다 먼저입니다. 제목을 훑다 보면 늘 같은 궁금증이 남습니다. 이 중에 몇 건이 법이 됩니까. 그래서 22대 국회가 문을 연 2024년 5월 30일부터 2026년 9월 18일까지,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 1만 9,544건의 처리 상태를 전부 세어봤습니다. 842일 동안 하루 23.2건꼴입니다.

1만 9,544건 중 몇 건이 법이 됐습니까?
623건입니다. 3.2%입니다. 원안 그대로 통과한 것이 170건, 상임위에서 고쳐서 통과한 것이 453건입니다.
| 처리 상태 | 건수 | 비중 |
|---|---|---|
| 계류(처리되지 않음) | 14,992건 | 76.7% |
| 대안에 반영돼 폐기 | 3,760건 | 19.2% |
| 본회의 가결(원안 170 + 수정 453) | 623건 | 3.2% |
| 철회·폐기 | 169건 | 0.9% |
가장 큰 칸은 계류입니다. 1만 4,992건, 76.7%가 아직 상임위에 있습니다. 두 번째 칸이 ‘대안에 반영돼 폐기’입니다. 비슷한 법안 여럿을 상임위가 하나로 합쳐 위원회 대안을 만들면 원래 법안은 폐기로 기록됩니다. 이름은 사라지고 내용은 살아남는 것이라, 이걸 살아남은 쪽으로 치면 3,760건에 623건을 더해 4,383건, 22.4%가 됩니다. 저는 이 글에서 ‘살아남은 비율’을 이 22.4%로 씁니다.
발의한 해로 나누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보입니다.
| 발의 연도 | 발의 | 가결 | 대안 반영 | 계류 |
|---|---|---|---|---|
| 2024년(5월 30일부터) | 6,525건 | 350건 | 1,947건 | 4,150건 · 63.6% |
| 2025년 | 7,891건 | 220건 | 1,655건 | 5,945건 · 75.3% |
| 2026년(9월 18일까지) | 5,128건 | 53건 | 158건 | 4,897건 · 95.5% |
2024년에 발의된 6,525건은 1년 9개월에서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 63.6%가 계류입니다. 2026년 발의분은 95.5%입니다. 법안은 발의된 해에 처리되지 않습니다. 대개 그다음 해 정기국회, 그것도 연말 예산 정국에 대안으로 묶여 한꺼번에 처리됩니다. 9월 15일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이 32건이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계류 1만 4,992건의 0.21%입니다.
새로 만드는 법과 고치는 법도 갈라 봤습니다. 제목에 ‘개정’이 없는 제정안이 1,304건인데 가결 32건, 2.5%입니다. 일부개정안은 1만 8,157건에 가결 590건, 3.2%입니다. 제정안 중 ‘특별법’이 붙은 것은 383건이고 가결 11건, 대안 반영 108건입니다. 새 법을 만들자는 쪽이 고치자는 쪽보다 조금 더 어렵고, 특별법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더 쉬워지지는 않습니다. 소관 상임위로는 행정안전위원회 2,496건, 법제사법위원회 1,722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1,628건, 보건복지위원회 1,503건 순입니다.

‘지원’과 ‘보호’가 제목에 든 법안은 몇 건입니까?
‘지원’ 1,484건, ‘보호’ 1,191건입니다. 지원·보호·육성·진흥·촉진·활성화 중 하나라도 제목에 든 법안은 4,128건으로 전체의 21.1%입니다. 다섯 건 중 한 건은 제목에서 이미 누군가를 돕겠다고 말합니다. 단어별로 살아남은 비율을 셌습니다.
| 제목 단어 | 건수 | 가결 | 대안 반영 | 살아남은 비율 |
|---|---|---|---|---|
| 지원 | 1,484건 | 3.4% | 22.6% | 26.1% |
| 촉진 | 763건 | 3.9% | 21.5% | 25.4% |
| 진흥 | 699건 | 7.2% | 18.5% | 25.6% |
| 육성 | 339건 | 6.8% | 20.4% | 27.1% |
| 특별법 | 1,372건 | 4.0% | 20.0% | 24.0% |
| 보호 | 1,191건 | 2.6% | 19.3% | 21.9% |
| 규제 | 129건 | 4.7% | 8.5% | 13.2% |
| 처벌 | 294건 | 2.4% | 10.5% | 12.9% |
| 폐지 | 35건 | 5.7% | 5.7% | 11.4% |
| 금지 | 61건 | 4.9% | 3.3% | 8.2% |
주자·키우자·돕자는 단어가 든 법안은 24~27%가 살아남습니다. 막자·벌하자·없애자는 단어가 든 법안은 8~13%입니다. ‘금지’가 든 61건은 5건만 살아남았습니다. 표본이 작은 단어는 수치가 흔들리겠지만 방향은 뚜렷합니다. 국회는 주는 법을 만드는 데 능하고 막는 법을 만드는 데 굼뜹니다. 저는 후자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지하는 법은 누군가의 선택을 지우는 법이라 느린 편이 낫습니다. 다만 주는 법도 누군가의 돈을 지우는 법이라는 걸 같은 속도로 따져야 하는데, 그 속도가 다릅니다.

가장 많이 고치자고 한 법이 무엇인지도 셌습니다.
| 법률 | 개정안 건수 |
|---|---|
| 조세특례제한법 | 840건 |
| 공직선거법 | 323건 |
| 지방세특례제한법 | 288건 |
| 국회법 | 267건 |
| 소득세법 | 194건 |
| 정보통신망법 | 191건 |
| 국가재정법 | 189건 |
| 근로기준법 | 173건 |
조세특례제한법이 840건으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이 법은 특정 대상에게 세금을 깎아 주는 조항을 모아 놓은 법입니다. 제안이유가 실린 836건 중 729건, 87.2%가 감면·공제·특례 연장을 말합니다. 특례를 폐지하거나 줄이자는 건 20건, 2.4%입니다. 840건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0건이고 327건이 대안에 반영됐습니다. 매년 연말 세법 개정 대안 하나에 수백 건이 묶여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세금을 깎아 주자는 법안이 하루에 한 건씩 발의되는 셈인데, 그 법안 하나하나에 재원이 얼마나 줄고 누가 이득인지 적혀 있는지는 이 자료로 셀 수 없었습니다. 제안이유·주요내용 요약이 있는 3,874건 중 재정·예산·비용이라는 말이 들어간 건 960건, 24.8%였다는 것까지만 적어 둡니다.

많이 발의하는 의원의 법안이 더 많이 통과됩니까?
아닙니다. 대표발의자는 451명이고 한 사람이 중앙값으로 38건을 냈습니다. 발의 건수로 셋으로 나눠 봤습니다. 하위 3분의 1 150명이 낸 291건의 살아남은 비율은 18.6%, 중위 150명 5,607건은 22.5%, 상위 151명 1만 3,646건은 22.5%입니다. 건수와 처리율은 무관합니다. 상위 10명은 이렇습니다.
| 의원 | 대표발의 | 가결 | 대안 반영 | 살아남은 비율 |
|---|---|---|---|---|
| 윤준병 | 347건 | 4건 | 84건 | 25.4% |
| 이수진 | 230건 | 12건 | 56건 | 29.6% |
| 민형배 | 227건 | 1건 | 33건 | 15.0% |
| 이용우 | 170건 | 0건 | 47건 | 27.6% |
| 김선교 | 169건 | 13건 | 45건 | 34.3% |
| 한정애 | 165건 | 1건 | 29건 | 18.2% |
| 박홍배 | 159건 | 3건 | 40건 | 27.0% |
| 문진석 | 154건 | 1건 | 16건 | 11.0% |
| 김태선 | 149건 | 7건 | 29건 | 24.2% |
| 김예지 | 144건 | 4건 | 19건 | 16.0% |
윤준병 의원이 347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842일 동안 2.4일에 한 건입니다. 살아남은 비율은 25.4%로 평균과 비슷합니다. 상위 16명 중 살아남은 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서영교 의원으로 142건 중 68건, 47.9%였습니다. 가장 낮은 사람은 문진석 의원으로 154건 중 17건, 11.0%였습니다. 상위 10명이 전체의 9.8%를 냈고, 상위 30명이 22.3%를 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자료가 말해 주는 것입니다. 저는 법안 수를 의원의 성적표로 읽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어느 법안에 손을 들었고, 그 법안에 재원이 있었고, 부담을 누구에게 넘겼는지가 성적표입니다. 그건 표결 기록으로 따로 세야 합니다. 이 자료에는 정당도 표결도 없어서, 이번 글은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건수만 셌습니다. 표결 자료를 구하면 다시 셀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세 가지로 읽습니다. 하나, 발의는 값이 싸고 통과는 비쌉니다. 하루 23건이 들어오고 그중 0.7건이 법이 됩니다. 발의 자체가 뉴스가 되는 구조에서는 발의가 늘어납니다. 정치인도 유인으로 움직입니다. 둘, 살아남는 법안의 단어는 ‘지원’이고 사라지는 법안의 단어는 ‘금지’입니다. 주는 법은 반대할 사람이 적고 막는 법은 반대할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셋, 가장 많이 발의되는 법은 세금을 깎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840건은 본회의에서 한 건도 따로 표결되지 않고 연말 대안에 묶여 들어갑니다. 누가 어떤 감면에 찬성했는지를 나중에 표결로 확인하기 가장 어려운 구조입니다.
한 가지는 인정합니다. 의안정보시스템이 이렇게 열려 있어서 저 같은 사람이 아침마다 셀 수 있습니다. 회의록·표결·재산공개를 공개하자고 밀어붙인 쪽에 고맙다고 씁니다. 그 도구로 이제 그쪽 법안도 셉니다.
세어보지 못한 것
정부가 제출한 법안과 상임위원장이 내는 대안은 이 자료의 수집 범위 밖입니다. 의안번호가 2200001부터 2221474까지 매겨져 있으니 약 1,900건이 빠져 있고, 그 대부분이 그것들입니다. 상태가 비어 있는 법안을 계류로 셌습니다. 처리됐는데 아직 기록이 안 된 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동발의는 세지 않았고 대표발의자만 셌습니다. 정당·상임위 정보가 없어 당별 비교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 단어는 겹칠 수 있어 단어별 건수의 합은 전체보다 큽니다. 재원 조항이 있는지는 제안이유 요약으로만 가늠했고 비용추계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국회가 만드는 것은 법이 아니라 법안입니다. 법은 연말에 대안 하나로 한꺼번에 만들어집니다. 저는 아침마다 스물몇 건의 제목을 읽고 그중 스물두 건이 어디로 가는지 이제 압니다. 알고도 내일 아침에 또 읽을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안에 반영돼 폐기’가 뭔가요?
비슷한 법안 여러 건을 상임위가 하나로 합쳐 ‘위원회 대안’을 만들면 원래 법안들은 폐기됩니다. 내용은 살아남고 이름만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것을 ‘살아남은 것’으로 쳤고, 그렇게 세면 22.4%입니다.
계류 76.7%는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되나요?
22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8년 5월에 자동 폐기됩니다. 2024년에 발의된 법안은 최대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63.6%가 계류 중입니다. 발의한 해가 늦을수록 비율이 높아 2026년 발의분은 95.5%가 계류입니다.
발의 건수가 많은 의원이 일을 많이 하는 건가요?
발의 건수와 처리율은 무관했습니다. 건수 하위 3분의 1 의원의 처리율은 18.6%, 상위 3분의 1은 22.5%입니다. 저는 건수보다 어느 법안에 손을 들었는지를 봅니다. 그건 표결 기록으로 따로 세야 하고, 이 자료에는 표결이 없습니다.
최종 수정 2026년 9월 19일 · 자료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026년 9월 18일 수집분(22대 국회 의원 발의 법률안 19,544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