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오전 11시 26분, 경기도 예산담당관실이 올린 기자회견문은 ‘존경하는 1,420만 경기도민 여러분’으로 시작합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글입니다.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도지사 사퇴 청원이 3만 명을 넘었고, 관사 전세보증금 12억 원이 기사가 됐고, 2회 추경은 한 달째 도의회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안양에 사는 경기도민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남의 동네 싸움으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언문 원문, 2회 추경 감액 내역, 도의회 수정안 경과, 10월 5일 보도까지 나란히 놓고 읽었습니다. 숫자는 그 문서들 안의 것이고, 제가 한 계산은 계산이라고 표시했습니다.

추미애 사퇴청원은 왜 3만 명을 넘었습니까?
청원은 9월 11일 경기도 도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문제 삼은 것은 셋입니다. 재정 비상 선언, 5,465억 원 세출 구조조정, 그리고 도지사 관사입니다. 사흘 만에 1만 명, 9월 15일 오전 3만 775명이 됐습니다.
그날 오전 9시 30분 경기도는 청원을 ‘답변 완료’로 바꿨습니다. 동의 수렴 기간은 원래 10월 11일까지였습니다. 답변은 도지사가 아니라 대변인 서면 브리핑이었고, 주간경향은 그 답변이 전날 언론에 낸 브리핑과 ‘내용은 물론 분량까지 동일’하다고 썼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새 청원에는 ‘동일 내용은 처리 제외’라는 공지가 붙었습니다.
저는 청원 내용보다 이 대목이 더 걸렸습니다. 도민청원 같은 창구는 진보 쪽이 밀어붙여 얻은 제도이고, 저처럼 문서를 읽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도구입니다. 그 창을 진보 정치인이 나흘 만에 닫았습니다. 한 달을 열어 두었다면 숫자는 더 커졌을 것이고, 그게 불편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숫자를 안 세는 것은 재정 비상을 선언한 사람이 할 일이 아닙니다.
재정 비상 선언문에는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선언문의 핵심 문장은 이것입니다. ‘민선8기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습니다.’ 그러니까 2026년 본예산은 처음부터 9월에 끝나도록 짜여 있었다는 말입니다.
선언문은 10~12월 석 달 치가 빠진 사업을 이름까지 적었습니다. 노인장기요양 약 1,234억 원, 유·초·중·고 급식비 지원 약 584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약 291억 원, 산후조리비 약 80억 원, 친환경 농축산물 학교급식 약 34억 원, 농작물재해보험 약 29억 원, 가족돌봄수당 약 14억 원,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약 10억 원입니다. 여덟 개를 더하면 2,276억 원입니다. 제 계산입니다.
| 선언문이 든 숫자 | 값 | 읽는 법 |
|---|---|---|
| 2025년 지방채 발행 | 9,430억 원 | 한도 9,460억의 99.7% |
| 기금에서 끌어 쓴 돈(2025년 추경 3회) | 약 5,588억 원 | 통합계정 거쳐 일반회계로 |
| 남북협력기금 | 384억 → 44억 | 340억을 통합계정에 예탁 |
| 취득세 | 약 11조(2022) → 약 8조(2026) | 도세 절반 이상이 취득세 |
| 3기 신도시 취득세 전망 | 6,500억 → 2,300억 | −64.6% |
| 도가 스스로 쓸 수 있는 재원 | 약 3조 5천억 / 41조 7천억 | 8.4% |
지방채 이야기가 가장 무겁습니다. 2025년 경기도는 세 번에 걸쳐 약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냈습니다. 한도 9,460억 원에서 30억 원 남기고 꽉 채운 셈입니다. 선언문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해 5월에는 용도가 정해진 기금도 끌어다 쓸 수 있게 조례를 고쳤고, 그렇게 약 5,588억 원을 옮겼습니다.
빚을 한도까지 내고, 기금까지 꺼내 쓰고, 그래도 모자라 석 달 치를 비워 둔 예산. 제 잣대로 말하면 부담을 다음 사람에게 넘긴 예산입니다. 정치인을 가장 낮게 보는 기준이 그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현 지사 쪽 설명이고, 전임 도정 쪽 반론은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은 적어 둡니다.

그러면 경기도는 정말 재정 위기입니까?
법이 정한 잣대로는 아닙니다. 행정안전부가 8월 12일 공개한 2025년 말 지방채무 현황에서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2.86%였습니다(JTBC 8월 14일 보도). 서울 20.95%, 부산 16.26%보다 낮고, 전국 평균 14.61%보다도 낮습니다. 지방재정법상 25%를 넘으면 ‘재정 주의’, 40%를 넘으면 ‘재정 위기’입니다. 경기도는 주의 단계의 절반쯤에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보도는 다른 숫자도 적었습니다. 경상수지비율, 그러니까 경상 수입 가운데 인건비·운영비처럼 매년 고정으로 나가는 지출의 몫이 2024년 86.09%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빚은 아직 적은데 손댈 수 있는 돈이 적다는 뜻입니다. 선언문이 말한 ‘스스로 쓸 수 있는 재원 8.4%’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비상’이라는 단어는 채무 숫자보다 큽니다. 하지만 ‘9개월분 편성’은 그동안 숫자보다 작게 말해진 사실이었습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5,465억 원은 어디서 깎아 어디에 썼습니까?
선언 2주 뒤인 8월 19일 도는 2회 추경안을 냈습니다. 총액은 42조 2,420억 원입니다. 1회 추경 41조 6,799억 원보다 오히려 5,621억 원 많습니다. ‘감액 추경’이라고 불렸지만 총액이 줄어든 추경은 아니고, 지방세가 약 3,000억 원 덜 걷힐 것을 전제로 쓸 곳의 순서를 다시 짠 추경입니다. 지방채는 7,180억 원 그대로 두고 더 내지 않았습니다.
깎은 쪽을 보면 선관위 위탁금 미교부액 236억 4,800만 원, 부곡 국지도 건설 보상비 190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 5,000만 원, 사무관리비 같은 행정운영경비 222억 원,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4억 원, 도의원·의회사무처 국외여비 14억 원 등입니다. 선언 때 말한 감액 규모는 약 7,700억 원이었는데, 실제로 낸 것은 5,465억 원으로 그 71%입니다.
채운 쪽은 3,625억 원입니다. 민생 2,464억 원(노인장기요양 1,234억, 학교급식 584억 등), 복지·보건 863억 원(난임부부 시술비 223억,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115억 등), SOC 298억 원입니다. 청년기본소득 163억 원도 여기 들어 있습니다. 5,465억에서 3,625억을 빼면 1,840억 원이 남는데,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제가 읽은 발표와 보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빠진 것이 산후조리비입니다. 출생아 1명에게 50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고 도와 시·군이 절반씩 내는 사업인데, 도는 10~12월 몫 36억 2,000만 원을 전액 깎았습니다. 도 몫 25만 원으로 나누면 약 1만 4,480명분입니다(제 계산). 추 지사의 설명은 ‘국비가 지급되는 유사 사업이 있으니, 9월에 끊길 난임부부 시술비가 더 우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자체는 도지사의 일입니다. 다만 같은 현금성 지원인 청년기본소득은 남기고 산후조리비는 끊었다는 순서는, 제 잣대로는 설명이 더 필요했습니다.

도의회는 무엇을 요구하고, 추미애 지사는 왜 거부합니까?
추경안은 9월 1~18일 제393회 임시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습니다.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산후조리비, 경기도의료원·경기콘텐츠진흥원 인건비, 교통약자 이동지원 등 800억 원 복원을 요구했고, 이어 500억 원, 320억 원대, 10월 1일에는 400억 원대 수정안을 냈습니다(프레시안 10월 2일). 10월 5일 현재 2회 추경은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여야가 한목소리라는 점입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그러니까 추 지사와 같은 당이 10월 2일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민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기금 활용과 복원을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도의원단도 9월 30일 ‘민생 난도질’, ‘무책임한 불통 행정’이라며 복원안을 즉시 받으라고 했습니다.
추 지사의 답은 9월 22일 월간회의에서 나왔습니다. ‘결국 도의회는 지역개발기금을 가져오자는 것인데’, 그러면 ‘하루에 이자만 3억 8,000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는 그 뒤 산후조리비, 어린이 친환경 과일, 교통약자 이동지원, 법인택시 처우개선 네 사업만 받겠다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통큰세일, 농수산물 할인쿠폰,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어린이집 종사자 처우개선은 아직 받지 않았습니다(경기일보 10월 5일).
‘하루 이자 3억 8천만 원’은 무엇을 센 숫자입니까?
이 숫자를 거꾸로 풀어 봤습니다. 3억 8,000만 원에 365일을 곱하면 1년 약 1,387억 원입니다. 이것을 선언문이 적은 도 채무 4조 9,840억 원으로 나누면 연 2.78%가 나옵니다. 지방채 금리로 보기에 무리 없는 값입니다. 그러니까 하루 3억 8,000만 원은 도의회 요구를 들어줬을 때 새로 생기는 이자가 아니라, 도가 이미 진 빚 전체의 이자로 읽힙니다. 발언의 정확한 산식은 공개되지 않았으니, 이것은 제 해석입니다.
같은 금리를 도의회 수정안에 곱하면 이렇습니다. 400억 원을 전부 빚으로 내면 1년 이자 약 11억 1,000만 원, 하루 약 305만 원입니다. 3억 8,000만 원의 125분의 1입니다. 1차 요구 800억 원이어도 하루 약 610만 원입니다.

그렇다고 추 지사가 틀렸다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이 점은 추 지사가 맞습니다. 빚을 내서 올해를 막자는 요구를 거부한 것은, 지난해 한도까지 빚을 낸 도정 다음에 온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선택입니다. 400억 원이 작은 돈이라서 괜찮다는 논리는 작년 9,430억 원도 한 번에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과 부딪칩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이자는 하루 305만 원이어도 내년, 내후년 예산에서 나갑니다.
다만 숫자를 쓰는 방식은 따로 적어야 합니다. 400억 원짜리 결정 앞에 4조 9,840억 원의 이자를 세워 두면 듣는 사람은 그 결정이 하루 3억 8,000만 원짜리라고 이해합니다. 크기를 125배로 바꿔 말한 것입니다. 맞는 방향을 큰 숫자로 밀면, 숫자를 세는 사람은 방향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국민의힘 도의원단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씁니다. 보도된 회견 내용에서 복원할 돈을 어디서 낼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재원 없이 ‘민생’을 앞세운 복원 요구는 제가 아는 보수의 문장이 아닙니다. 보수라면 지난해 한도까지 낸 빚을 먼저 따졌어야 합니다.
추미애 관사 12억 원은 비싼 겁니까?
사실관계부터 적습니다. 경기도는 6월 도청 인근 전용 156㎡(약 47평)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 2,000만 원에 계약했고, 추 지사는 7월부터 살고 있습니다(노컷뉴스 보도, 위키트리 9월 7일 인용). 도 관계자는 ‘계약은 이미 체결돼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실련경기도협의회는 9월 8일 계약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은 쓰고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묶였다가 돌아오는 돈입니다. 그래서 진짜 비용은 그 돈이 묶여 있는 동안의 이자입니다. 같은 연 2.78%를 곱하면 1년 약 3,395만 원, 하루 약 9만 3,000원입니다. 같은 보도에 나온 도청 앞 전용 84㎡ 전세 9억 원대와 비교하면 차이 약 3억 2,000만 원에 대한 이자는 1년 약 890만 원입니다. 모두 제 계산입니다.
큰돈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문제입니다. 선언문은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부터 본을 보이겠다’고 했습니다. 1년 890만 원은 재정을 바꾸지 못하지만, 산후조리비 36억 원을 깎는 사람이 먼저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싼 본이었습니다. 도청 직원 익명 게시판에는 전임 지사들이 자택이나 자비 전세에서 출퇴근했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보도됐습니다. 사실 여부를 제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추경이 멈춘 한 달, 비용은 누가 냅니까?
보이는 비용부터 셉니다. 10월부터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과 어린이집 종사자 처우개선, 민생 할인쿠폰 집행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도됐습니다. 산후조리비는 9월 9일 ’10월 1일 이후 접수 불가’ 공문이 나갔다가 21일 만인 9월 30일 ‘추경 확정 전까지 접수 연장’ 공문이 다시 나갔습니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그 공문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습니다. 경기지역 버스 노조는 10월 14일 마지막 교섭이 결렬되면 29일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사측은 도의 재정 여건을 이유로 민영제 노선 임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세계일보 10월 5일). 재정 비상이라는 말은 도청 안에서만 쓰이지 않습니다. 협상장에서 근거가 됩니다.
제 딸 학교의 급식비도 선언문 목록에 있었습니다. 다행히 급식은 3분기 예산이 이미 배정돼 10월 중단은 피했다고 합니다(파이낸셜뉴스 10월 1일). 다행이라고 쓰고 나니, 석 달 치를 비워 둔 예산을 다행으로 읽게 된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그래서 누가 맞습니까?
방향은 추 지사가 맞고, 방식은 셋 다 틀렸다고 저는 봅니다. 전임 도정은 빚과 기금으로 석 달을 가렸습니다. 도의회는 여야가 함께 재원 없는 복원을 요구했습니다. 추 지사는 옳은 거부를 하면서 숫자를 키워 말했고, 청원 창을 일찍 닫았고, 관사에서 본을 보일 기회를 놓쳤습니다.
재정을 바로 세우는 일은 원래 인기가 없습니다. 인기 없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큰 숫자가 아니라 정확한 숫자입니다. 하루 305만 원이라고 말했어도 거부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추미애 경기도지사 관사는 얼마입니까?
경기도는 2026년 6월 도청 인근 전용 156㎡(약 47평)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 2,000만 원에 계약해 관사로 쓰고 있습니다(2026년 9월 보도 기준). 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 돈이라, 실제 비용은 그 돈이 묶여 생기는 이자입니다.
경기도 2회 추경은 통과됐습니까?
아닙니다. 2026년 10월 5일 기준으로 경기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도는 5,465억 원을 감액한 42조 2,420억 원 안을 냈고, 도의회는 800억 원에서 400억 원대까지 줄인 복원안을 냈지만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산후조리비는 다시 받습니까?
도는 9월 9일 ’10월 1일 이후 접수 불가’ 공문을 보냈다가, 9월 30일 31개 시·군에 ‘2회 추경 확정 전까지 접수 연장’ 공문을 보냈습니다(한국일보 10월 5일). 출생아 1명당 50만 원 지역화폐이고, 내년은 본예산에 들어가야 이어집니다.
1,420만 도민으로 나누면 도 빚의 하루 이자는 한 사람에 약 27원, 1년이면 9,768원입니다. 제 몫을 계산해 보니 원두 한 봉지 값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데 그 원두 반 봉지를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