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고스톱이 도박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금액은 법에 없습니다. 형법 제246조에는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한 문장이 있을 뿐입니다. 선을 그은 것은 판사들이었고, 그 판결문 세 건을 읽어봤습니다. 거기서 저는 금액보다 더 흥미로운 문장을 하나 찾았습니다.
추석 아침입니다. 이번 주 신문엔 ‘가족끼리 친 고스톱, 이러면 도박’이라는 기사가 해마다 그렇듯 다시 실렸습니다. 기사들은 대개 ‘판례에 따르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에서 멈춥니다. 저는 그 종합이 실제로 얼마였는지, 그리고 같은 국가가 허가한 판은 어떤 조건인지를 나란히 놓아 보고 싶었습니다.

형법 조문에는 정확히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형법 제246조 제1항은 이렇습니다.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제2항은 상습 도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합니다. 이 조문은 2013년 4월 5일 전문개정돼 그날 공포된 법률(부칙상 공포일부터 시행)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그 전 조문은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였고, 벌금 상한이 1천만 원으로 오른 것도 그때입니다.
조문에 숫자는 벌금 상한뿐입니다. 판돈이 얼마를 넘으면 도박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일시오락’이라는 네 글자를 채우는 일은 처음부터 법원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명절마다 ‘얼마까지 괜찮으냐’는 질문이 돌아오고, 답은 매번 ‘경우에 따라 다르다’가 됩니다. 답이 성의가 없는 게 아니라 조문이 그렇게 생겼습니다.
흔히 들리는 ‘판돈 20만 원’이라는 숫자도 법에는 없습니다. 2018년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판돈이 20만 원 이하이고 도박 전과자가 없으면 경찰이 훈방이나 즉결심판으로 끝내는 관행이 있다고 합니다. 경찰의 처리 관행이지 처벌 기준이 아닙니다. 20만 원 아래라도 도박이 될 수 있고, 그 위라도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판사들은 무엇을 보고 ‘일시오락’이라고 판단했습니까?
1985년 11월 대법원 85도2096 판결이 기준을 한 문장으로 적었습니다.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정도, 재물의 근소성, 그밖에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조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문장은 2008년 2008도5018 판결을 거쳐 지금도 하급심 판결문에 그대로 인용됩니다.
그 사건은 이랬습니다. 수원의 한 건물에 세 들어 사는 다섯 사람이 친해지려고 술내기 고스톱을 쳤습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세탁소 주인, 택시기사, 정육점 주인, 회사원이었습니다. 정육점 안방에서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점당 100원을 걸었습니다. 잃은 사람은 200원에서 4,000원, 딴 사람은 8,000원 정도였습니다. 딴 8,000원에 조금 더 보태 포장마차에서 1만 원어치 술을 마셨습니다. 원심과 대법원 모두 무죄로 봤습니다.
1983년 12월 83도2545 판결도 비슷합니다. 한동네에 사는 택시기사, 행상, 건재상 주인이 쉬는 날 동네 복덕방에 모여 점심과 술 내기 육백을 쳤습니다. 약 20분 동안 다섯 판이었고, 잃은 사람은 400원이나 700원, 딴 사람은 1,100원 정도였습니다. 압수된 판돈은 4,800원이었습니다. 역시 무죄였습니다.
두 판결이 금액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판사들은 서로 어떤 사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언제 어디서 쳤는지, 딴 돈이 어디로 갔는지를 같이 적었습니다. 이웃끼리, 낮에, 몇 시간, 딴 돈은 함께 먹을 술값. 이 모양이면 금액이 작아서 무죄인 게 아니라 판 전체가 오락이었던 것입니다.
그 판돈을 지금 돈으로 바꾸면 얼마입니까?
1980년대 판결이라 금액을 그대로 읽으면 감이 안 옵니다. 한국은행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 연간 값으로 바꿨습니다. 1982년 27.271, 1983년 28.204, 1985년 29.555이고 2025년은 116.61입니다. 1983년 돈은 4.13배, 1985년 돈은 3.95배를 하면 2025년 돈이 됩니다.
| 판결 | 당시 금액 | 2025년 물가로 |
|---|---|---|
| 82도2151 · 한 사람이 20판을 모두 졌을 때(계산) | 2,000원 | 8,552원 |
| 83도2545 · 압수된 판돈 전부 | 4,800원 | 1만 9,846원 |
| 85도2096 · 점당 | 100원 | 395원 |
| 85도2096 · 가장 많이 잃은 사람 | 4,000원 | 1만 5,782원 |
| 85도2096 · 가장 많이 딴 사람 | 8,000원 | 3만 1,564원 |
점당 100원 고스톱은 지금으로 치면 점당 400원쯤입니다. 네 시간 치고 가장 많이 딴 사람이 3만 원 남짓, 가장 많이 잃은 사람이 1만 6천 원 남짓입니다. 명절 저녁 식탁 옆에서 흔히 보는 크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40년 전 판결을 지금 법원이 같은 금액, 같은 결론으로 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판사가 보는 건 금액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재산에 비해 근소한가’이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선을 넘는 경우도 아시아경제 보도가 판례를 요약해 적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이라도 새벽처럼 이례적인 시간에, 특정 장소에 모여, 큰 판돈을 걸면 일시오락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처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사실이 면죄부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왜 오락은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까?
제가 가장 오래 읽은 문장은 1983년 3월 82도2151 판결에 있습니다. 대구의 민화투 사건입니다. 셋이 판마다 100원씩 걸어 300원 중 100원은 술값으로 모으고 200원만 이긴 사람이 가졌습니다. 20여 판을 쳤습니다. 무죄였고, 대법원은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그 처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고… 일반 서민대중이 여가를 이용하여 평소의 심신의 긴장을 해소하는 오락은 이를 인정함이 국가정책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허용된다.’
40여 년 전 판사들이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도박죄의 한계로 적어 두었다는 게 저는 반가웠습니다. 국가가 거실의 화투판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인의 삶엔 국가가 덜 간섭하는 쪽이 맞다고 믿는 사람이라, 이 대목은 그대로 밑줄을 긋고 싶습니다.
그런데 같은 문장의 앞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도박을 벌하는 이유가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이라면, 그 취득을 국가가 직접 파는 판은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그 판은 법으로 허가받아 해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허가한 판은 100원을 걸면 얼마를 돌려줍니까?
고스톱 판에서 100원은 참가자들 사이에서만 돕니다. 누군가 잃은 만큼 누군가 땁니다. 개평이나 술값을 떼지 않는다면 판 전체로는 한 푼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국가가 허가한 판은 다릅니다. 판을 여는 사람이 먼저 떼어 갑니다.

동행복권 안내에 따르면 로또 6/45의 당첨금 총액은 판매액의 50%이고, 42% 이상은 복권기금으로 갑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제33조는 고정환급률식 스포츠토토의 환급금을 발매금액의 100분의 50으로, 고정배당률식은 연간 발매금액의 100분의 50에서 100분의 70 사이로 정합니다. 한국마사회법 제9조는 마사회가 거두는 발매 수득금을 발매금액의 20% 이내로 정하고, 세금은 따로 뺍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2024년 통계로 소싸움은 총매출 304억 원 가운데 순매출이 85억 원이었습니다. 순매출은 총매출에서 환급금을 뺀 값이니, 참가자에게 돌아간 몫은 219억 원, 72.0%입니다.
장부로 보면 환급률은 원가율의 반대편입니다. 로또를 100원어치 사면 그 순간 50원은 참가자 모두의 몫에서 빠집니다. 누가 1등이 되든 참가자 전체로는 확실히 잃습니다. 고스톱 판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이걸 도덕으로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가격으로 말하려는 겁니다. 경쟁자가 법으로 막힌 시장에서 판을 여는 사람은 이 정도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그 판은 얼마나 큽니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26년 7월 30일 낸 2025년 통계로 복권·경마·경륜·경정·스포츠토토·카지노·소싸움의 총매출은 26조 273억 원이었습니다. 2024년 25조 3,023억 원보다 2.9% 늘었습니다. 복권이 7조 6,589억 원(29.4%)으로 가장 컸고 경마 6조 4,240억 원, 스포츠토토 6조 828억 원, 카지노 3조 6,955억 원 순이었습니다. 2022년엔 22조 9천억 원이었으니 3년 사이 3조 원 넘게 커졌습니다.
눈에 띄는 건 온라인입니다. 경마 온라인 매출이 1조 3,716억 원으로 한 해 사이 87.6% 늘었고, 스포츠토토 온라인도 1조 2,239억 원으로 42.2% 늘었습니다. 명절에 식구들과 한 판 치는 일은 줄었다는데, 혼자 휴대전화로 거는 판은 합법 안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판 바깥은 훨씬 큽니다. 사감위의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는 2022년 불법도박 총매출을 102조 7천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2019년 제4차 조사 81조 5천억 원보다 21조 원 넘게 늘었고, 같은 해 합법 매출 22조 9천억 원의 4.48배입니다. 불법 추정치는 설문과 추정으로 만든 숫자라 합법 매출만큼 정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몇 배 차이라는 방향까지 틀렸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가설을 적어 둡니다. 허가된 판이 참가자에게 돌려주는 몫이 50~72원으로 묶여 있으면, 더 많이 돌려준다고 광고하는 바깥 판으로 사람이 빠져나갈 유인이 생깁니다. 독점 가격이 비싸면 암시장이 생기는 건 담배든 술이든 같았습니다. 다만 이 두 숫자만으로 그 인과를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불법 판이 실제로 얼마를 돌려주는지 공개된 자료는 제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대목은 제 의견입니다.
국가가 막아야 하는 판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는 규제를 말하는 쪽이 맞습니다. 도박은 중독이 되고, 중독은 본인의 선택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족의 장부가 같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청소년은 제가 말하는 ‘개인 선택’의 주체가 아닙니다. 참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 판에 들어와 있다면 그건 시장이 아니라 시장의 실패입니다.
숫자가 그렇게 말합니다. 사감위 통계로 19세 이하 도박 상담은 2024년 4,144명에서 2025년 5,838명으로 40.9% 늘었습니다. 서울신문 9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이버도박을 자진 신고한 청소년은 1,777명이었습니다. 평균 나이 15.5세, 평균 도박 기간 10개월, 평균 도박 금액 300만 원이었고 95.9%가 카지노형 게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입장에서 이 숫자는 명절 고스톱 기사보다 훨씬 무겁게 읽힙니다.
경찰도 그쪽을 보고 있습니다. 같은 보도에서 경찰청은 8월 24일부터 9월 11일까지 3주 동안 불법 성인 PC방 387곳을 적발하고 516명을 검거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30% 늘었습니다.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한 범죄수익이 52억 원이었습니다. 한정된 단속 인력이 가야 할 곳이 거실의 점당 몇백 원 판이 아니라 이런 곳이라는 데 저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래서 명절 고스톱은 어떻게 치면 됩니까?
판결문 세 건이 사실상 기준을 알려 줍니다. 가족·이웃처럼 서로 아는 사람끼리, 낮이나 저녁 시간에, 몇 시간 정도, 잃어도 웃고 넘길 만큼만, 딴 돈은 같이 먹을 것이나 아이들 용돈으로 돌리는 판. 1980년대 판사들이 무죄라고 적은 판이 대체로 이 모양이었습니다. 반대로 밤을 새우고, 판돈이 참가자의 살림에 비해 크고, 모르는 사람이 끼고, 한쪽이 계속 크게 잃는다면 가족이라도 조문의 단서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를 더하면, 아이는 판에 앉히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점당 몇백 원은 어른에게 오락이지만 청소년 자진 신고 1,777명의 평균 도박 기간이 10개월이었다는 숫자를 보면, 첫 판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이 글은 법률 상담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판결문이 말하듯 모든 사정을 따져 판단됩니다.
형법은 거실의 화투판에 금액을 적지 않았고, 대법원은 그 판을 행복추구권으로 덮어 줬습니다. 같은 국가가 허가한 로또는 100원 중 50원을 먼저 가져갑니다. 저는 거실 쪽이 더 공정한 판이라고 읽습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동안 제가 딴 돈은 0원이고 잃은 돈도 0원입니다. 기댓값으로는 오늘 가장 좋은 판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명절에 가족끼리 돈 걸고 고스톱 치면 불법인가요?
돈을 걸면 형법상 도박에 해당하지만, 형법 제246조는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 처벌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시간·장소, 참여자 관계, 직업과 재산, 판돈 규모, 경위를 함께 봅니다. 1985년엔 점당 100원·네 시간 고스톱이 무죄였습니다.
판돈 얼마부터 도박죄로 처벌되나요?
법에는 금액 기준이 없습니다. ‘판돈 20만 원 이하면 훈방’이라는 말은 보도된 경찰 실무 관행이지 조문이 아닙니다. 1980년대 무죄 판결의 판돈을 2025년 물가로 바꾸면 한 사람이 잃거나 딴 돈이 수천 원에서 3만 원대였습니다.
로또나 스포츠토토는 왜 도박죄가 아닌가요?
복권 및 복권기금법·국민체육진흥법 같은 특별법이 허가한 사행산업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사행산업 총매출은 26조 273억 원이었습니다. 로또는 판매액의 50%, 고정환급률식 스포츠토토는 발매금액의 50%를 당첨금으로 돌려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