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전 · 봅니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5개월 만에 철회, 사고는 줄 서는 방식 때문이었습니까 — 17년 사고 통계로 저는 이렇게 봅니다

정부가 11년 전 접은 두 줄 서기를 다시 꺼냈다가 5개월 만에 2015년과 같은 3대 안전수칙으로 돌아왔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는 캠페인 중에도, 폐기 뒤에도 줄었습니다.

깊은 지하철역의 긴 에스컬레이터. 자료 사진(생성) · 특정 역과 무관합니다.
깊은 지하철역의 긴 에스컬레이터. 자료 사진(생성) · 특정 역과 무관합니다.
한 줄 답 — 행정안전부는 2026년 9월 23일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더는 추진하지 않고 2015년과 같은 3대 안전수칙(손잡이 잡기·걷거나 뛰지 않기·안전선 지키기)으로 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통계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중대사고는 캠페인 8년 연 79.8건에서 폐기 뒤 4년 연 19.0건으로 계속 줄었습니다. 사고를 가른 건 줄 서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정부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몇 줄로 설지 정해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잘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결정은 11년 전에 한 번 내린 결정입니다.

행정안전부는 9월 23일 “일률적 두 줄 서기 캠페인과 규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봄 내놓은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2026~2030)의 ‘두 줄 서기 문화 정착’ 항목을 ‘3대 안전수칙 생활화 및 이용 환경 개선을 통한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으로 고칩니다. 3대 안전수칙은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지키기입니다. 혼잡하거나 길이가 긴 구간엔 공공근로자와 자원봉사자를 두고, 어린이와 노인 대상 교육을 늘린다고 했습니다.

이 세 가지 수칙을 저는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2015년 9월, 당시 국민안전처가 8년 동안 해 온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접으면서 내놓은 수칙이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안에 타기였습니다. 글자까지 거의 같습니다. 11년을 돌아 같은 자리에 섰고, 마지막 한 바퀴는 5개월이 걸렸습니다.

지하철역의 긴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장면
깊은 지하철역의 긴 에스컬레이터. 몇 줄로 설지를 두고 2007년부터 19년 사이 정부가 네 번 방향을 바꿨습니다. 자료 사진(생성) · 특정 역과 무관합니다.

정부는 줄 서는 법을 몇 번 바꿨습니까?

보도된 연혁을 한 줄씩 놓으면 이렇습니다. 처음 한 줄 서기를 퍼뜨린 건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시민단체가 ‘급한 사람을 위해 한쪽을 비우자’고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지나며 퍼졌습니다. 정부가 두 줄 서기를 들고 나온 건 2007년입니다.

시기 누가 무엇을
1990년대 후반~2002년 시민단체 · 월드컵 한 줄 서기(한쪽 비우기) 확산
2007년 정부 두 줄 서기 캠페인 시작
2015년 9월 국민안전처 8년 만에 폐기 · 3대 안전수칙
2026년 봄 행정안전부 1차 기본계획에 ‘두 줄 서기 문화 정착’ 재등장
2026년 8월 29일 행정안전부 국민 200여 명 토론회
2026년 9월 23일 행정안전부 두 줄 서기 철회 · 3대 안전수칙

2015년에 접은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8년을 해도 한 줄 서기를 원하는 여론이 줄지 않았고, 한 줄 서기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계획이 다시 두 줄 서기를 꺼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역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늘었고, 한쪽으로 무게가 쏠려 설비가 닳는다는 이유였습니다. 11년 전 폐기 사유를 뒤집을 새 자료가 있었는지는 보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두 줄 서기를 한 8년 동안 사고는 어떻게 됐습니까?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린 승강기 사고통계를 받아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만 따로 셌습니다. 여기서 사고는 사람이 죽거나, 1주 이상 입원하거나,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중대사고입니다. 공단이 따로 올린 표 네 개(종류별·원인별·건물 용도별·총괄)의 합계가 해마다 맞는지 먼저 대조했습니다. 2023년 총괄표 하나만 19건으로 적혀 있었는데, 나머지 세 표가 모두 42건이고 e-나라지표도 42건이라 42건을 썼습니다.

캠페인 8년, 2007~2014년에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중대사고는 638건입니다. 한 해 평균 79.8건입니다. 캠페인을 접은 뒤 4년, 2015~2018년은 76건으로 한 해 19.0건입니다. 넷 중 셋이 줄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중대사고 연도별 막대 차트와 두 줄 서기 캠페인 기간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중대사고 2007~2023 · 캠페인 8년 연 79.8건, 폐기 뒤 4년 연 19.0건 · 2019년은 법 개정 해

이 숫자를 ‘캠페인을 접었더니 사고가 줄었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줄기 시작한 건 캠페인 도중입니다. 2012년 105건이던 것이 2013년 59건, 2014년 49건이 됐습니다. 캠페인이 사고를 줄였다고 읽어도 안 됩니다. 캠페인이 사라진 뒤에도 2016년 20건, 2017년 10건으로 계속 줄었으니까요. 같은 기간 전국 승강기는 2008년 38만 2,146대에서 2018년 68만 3,641대로 1.8배가 됐습니다. 기계는 늘고 사고는 줄었습니다.

무엇이 줄였는지는 이 표로는 모릅니다. 2015년 폐기 때 정부는 노후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를 달게 하고 붐비는 역의 속도를 낮추는 조치를 함께 내놨습니다. 그게 효과였을 수도 있고, 점검이나 기계 교체였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줄은 사고가 가장 가파르게 줄던 한가운데서 바뀌었고, 바뀐 뒤에도 흐름은 그대로였습니다. 재무팀에 12년 있으면서 배운 게 있다면, 숫자가 좋아진 해에 한 일이 숫자를 좋게 만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019년에 사고가 세 배로 뛴 건 왜입니까?

차트를 보면 2019년에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사고가 11건에서 32건으로 뜁니다. 이걸 보고 ‘안전수칙은 실패했다, 두 줄 서기로 돌아가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해 다른 승강기를 같이 봤습니다.

2018년과 2019년 승강기 종류별 사고 건수 비교 차트
2018→2019 종류별 중대사고 · 전체 21→72건 · 장애인용·소방구조용 엘리베이터와 작업자 과실까지 함께 뜀

전체 승강기 사고가 21건에서 72건으로 3.4배가 됐습니다. 에스컬레이터만이 아닙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 3건이 14건,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2건이 10건, 소방구조용 엘리베이터 4건이 10건이 됐습니다. 원인별로는 작업자 과실이 0건에서 11건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 서는 습관이 한 해 만에 엘리베이터와 정비 기사까지 바꿨을 리는 없습니다.

그해 3월 28일 승강기 안전관리법이 전부 개정돼 시행됐습니다. 흩어져 있던 규정을 한 법으로 모은 개정입니다. 이 개정이 사고 신고나 집계 방식을 바꿨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2019년 앞과 뒤를 같은 줄에 세워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말하면 안 된다는 건 표가 말해 줍니다. 2019~2023년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사고는 한 해 14~32건 사이를 오갑니다.

에스컬레이터 탑승구의 노란 안전선과 톱니 모양 콤브 플레이트, 검은 손잡이
발판 끝의 노란 안전선과 콤브 플레이트, 그리고 손잡이. 정부가 1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수칙 세 가지가 이 사진 안에 다 있습니다. 자료 사진(생성) · 특정 역과 무관합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1년에 몇 건이 맞습니까?

여기서 숫자 하나를 더 짚어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급증했다’는 기사와 ‘줄었다’는 통계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입니다. 같은 2023년을 세 기관이 셌습니다.

2023년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세 기관이 센 숫자 비교 차트
2023년 에스컬레이터 사고 · 공단 전국 중대사고 12건 · 서울교통공사 관할 역 43건 · 소비자원 65세 이상 481건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전국 중대사고는 에스컬레이터 12건입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자기 관할 지하철역에서 센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43건입니다. 서울 한 도시의 지하철역만 셌는데 전국보다 많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65세 이상의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481건입니다. 노인만 셌는데 전국 중대사고의 40배입니다.

셋 다 맞는 숫자입니다. 무엇을 사고라고 부르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공단은 크게 다친 사고만, 소비자원은 병원과 소비자가 알려 온 가벼운 부상까지 셉니다. 소비자원 자료로 65세 이상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2020년보다 2023년에 528.6% 늘었습니다. 공단 자료로는 같은 기간 15건에서 12건이 됐습니다. 어느 표를 드느냐에 따라 ‘급증’도 ‘감소’도 참이 됩니다. 정책이 흔들린 이유 하나가 여기 있다고 저는 봅니다. 증가를 말하고 싶은 쪽과 감소를 말하고 싶은 쪽이 각자 맞는 표를 들고 있었습니다.

두 표가 같이 말하는 것도 있습니다. 정부 발표로 1993~2025년 에스컬레이터 사고 931건 중 이용자 과실이 72.3%, 60세 이상이 53.3%, 운수·판매시설이 84.6%였습니다. 사고는 줄의 모양보다 사람의 나이와 걸음에 붙어 있습니다.

그래도 두 줄 서기 쪽이 맞는 대목은 무엇입니까?

공정하게 적겠습니다. 행안부 측정으로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내려가면 체중의 약 2.01배, 걸어 올라가면 약 1.54배의 충격이 발판에 실립니다. 걷는 사람이 기계와 앞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사고의 상당수가 뒤에서 비켜 달라고 하거나 밀치는 과정에서 났다고 한 대목도 두 줄 서기를 주장한 쪽의 문제의식과 같습니다. 노인이 비켜 주다 넘어지는 일은 줄 문제가 아니라 재촉의 문제입니다. 이 점은 그쪽이 옳게 짚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론이 ‘모두 두 줄로 서라’여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행안부가 7개 대도시 성인 1,000명에게 물었더니 한 줄로 선다는 사람이 50.1%, 두 줄로 선다는 사람이 49.9%였습니다. 토론회 2차 투표에서는 두 줄 서기 찬성이 45.9%, 한 줄이나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적용이 52.1%였습니다. 절반이 매일 다르게 서는 곳에 정부가 한 가지 방식을 정하면, 정해진 쪽의 절반은 매일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됩니다. 규칙이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반자로 만듭니다.

가격이 정보이듯, 사람들이 서는 방식도 정보입니다. 급한 사람과 급하지 않은 사람이 섞인 곳에서 한쪽을 비우는 관행은 누가 시켜서 생긴 게 아니라 그 필요가 만든 것입니다. 저는 그 관행이 늘 옳다고 보지 않습니다. 붐비는 시간엔 두 줄로 서는 게 더 많이 실어 나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판단은 그 자리에 선 사람이 하는 게 낫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줄을 정하는 게 아니라 손잡이를 깨끗이 하고, 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조절하고, 오래된 기계를 점검하는 쪽입니다. 이번 발표가 그쪽으로 간 건 반갑습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하부 기계실에서 구동 체인을 점검하는 기술자의 뒷모습
바닥판을 걷어낸 에스컬레이터 하부 기계실. 사고 숫자를 움직이는 건 벽의 캠페인 문구보다 이런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료 사진(생성) · 특정 역과 무관합니다.

11년 만의 원위치에서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를 적어 두겠습니다. 하나, 정부가 계획을 5개월 만에 고친 건 드문 일입니다. 정부는 틀려도 좀처럼 인정하지 않습니다. 토론회를 열고 투표를 받고 계획서 문구를 고쳤습니다. 이 점은 인정합니다.

둘, 그런데 이번 원위치는 11년 전 폐기 사유를 계획을 세울 때 한 번만 읽었어도 필요 없었습니다. 2015년의 결론은 ‘한 줄 서기가 사고 원인이라는 근거가 없다’였습니다. 2026년 기본계획이 그 결론을 뒤집으려면 새 자료가 있어야 했습니다. 공단 표가 있는 2023년까지, 캠페인 없이 보낸 9년 동안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는 캠페인 시절 수준으로 돌아간 적이 없습니다. 새 계획을 쓰기 전에 옛 결론부터 확인하는 일,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그게 제일 싸게 먹힙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지하철을 탈 때 제가 하는 말은 하나입니다. 손잡이 잡아. 몇 줄로 서라는 말은 안 합니다. 그건 뒤에 선 어른들이 알아서 정할 일입니다.

정부가 11년 전 자기 결론으로 돌아오는 데 5개월이 걸렸습니다. 저는 제 옛 글을 다시 읽는 데 5분도 안 쓰면서 같은 말을 두 번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뭐라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이제 안 해도 되나요?

행정안전부는 2026년 9월 23일 일률적인 두 줄 서기 캠페인과 규제를 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지키기의 3대 안전수칙을 알리고 혼잡 구간에 안내 인력을 둡니다. 한 줄이든 두 줄이든 강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한 줄 서기 때문에 나나요?

그렇게 볼 근거는 약합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통계로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중대사고는 두 줄 서기 캠페인 8년(2007~2014) 연평균 79.8건에서 캠페인을 접은 뒤 4년(2015~2018) 연평균 19.0건으로 계속 줄었습니다. 정부도 사고의 상당수가 비켜 달라고 하거나 밀치는 과정에서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1년에 몇 건인가요?

세는 기준마다 다릅니다. 2023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전국 중대사고(사망·1주 이상 입원·3주 이상 치료)는 에스컬레이터 12건, 서울교통공사 관할 역은 43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65세 이상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481건입니다.

출처: 행정안전부 2026년 9월 23일 발표(파이낸셜뉴스·머니투데이·아시아경제·뉴스1 보도) · 행안부 국민 의식조사(서플 2026-08-27) · 토론회 결과(아시아경제 2026-09-23) · YTN 2026-04-23 · 서울신문 2015-09-20 ·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 사고통계(공공데이터포털, 2023-12-31 기준) · e-나라지표 승강기 보유 및 사고(2025-12-31 기준) · 서울교통공사(철도경제신문 2026-02-12) · 한국소비자원 CISS(경향신문 2024-11-13) · 승강기 안전관리법 시행령(국가법령정보센터).

세어본 조건
근거
행정안전부 2026-09-23 발표(두 줄 서기 철회·3대 안전수칙) · 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2026~2030) · 2015-09 국민안전처 캠페인 폐기 · 행안부 의식조사(한 줄 50.1% vs 두 줄 49.9%)
계산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승강기 사고통계 2007~2023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중대사고 · 종류별·원인별·건물용도별 표 합계가 해마다 일치(2023년 총괄표 19건은 오기, 42건 사용 · e-나라지표 일치)
한계
사고를 줄인 원인은 이 표로 알 수 없음 · 2019년 전후 집계 단절 가능성(원인 미확인) · 2024~2025년 종류별 자료 미공개 · 기관마다 사고 정의가 다름
출처
파이낸셜뉴스·머니투데이·아시아경제·뉴스1 2026-09-23 · YTN 2026-04-23 · 서울신문 2015-09-20 · 공공데이터포털 15123453 · e-나라지표 2845 · 철도경제신문 2026-02-12 · 경향신문 2024-11-13 · 국가법령정보센터
강해준 필명

부산 출신. 부품사 재무팀 12년. 지금은 데이터 일과 이 블로그. 주 3회 10km를 달리고 55분 밑으로는 못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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