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잘못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신호를 바꿀 때마다 그 신호대로 움직였습니다. 저는 SKY 중도탈락 숫자를 그렇게 읽었습니다.
9월 27일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결과가 여러 매체에 실렸습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다니다 그만둔 학생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만 736명이라는 내용입니다. 기사 제목은 대개 ‘의대 가려고 떠났다’였습니다. 저는 숫자를 연도별로 풀어 의대 모집인원 옆에 놓아 봤습니다.

SKY 중도탈락은 해마다 몇 명이었습니까?
2021년 1,971명, 2022년 2,131명, 2023년 2,126명, 2024년 2,496명, 2025년 2,012명입니다. 중도탈락은 자퇴만이 아니라 등록하지 않은 학생, 휴학 뒤 돌아오지 않은 학생까지 셉니다. 세 학교 숫자를 더하면 보도된 연도별 합계와 한 명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학교마다 공시한 재학생 대비 비율로 재학생 수를 거꾸로 구해 합쳤습니다. 세 학교 재학생은 7만 5천~7만 8천 명 사이입니다. 그 기준으로 중도탈락 비율은 2021년 2.60%, 2023년 2.81%, 2024년 3.25%, 2025년 2.58%입니다. 2025년은 5년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떠나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말은 2024년까지는 맞고, 2025년에는 맞지 않습니다.
| 연도 | 서울대 | 연세대 | 고려대 | 합계 | 재학생 대비 |
|---|---|---|---|---|---|
| 2021 | 405 | 700 | 866 | 1,971 | 2.60% |
| 2022 | 412 | 822 | 897 | 2,131 | 2.83% |
| 2023 | 436 | 830 | 860 | 2,126 | 2.81% |
| 2024 | 485 | 946 | 1,065 | 2,496 | 3.25% |
| 2025 | 375 | 801 | 836 | 2,012 | 2.58% |
의대 정원이 바뀐 해와 겹칩니까?
겹칩니다. 의대 정원은 2006학년도부터 3,058명으로 19년 동안 묶여 있었습니다. 2024년 2월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했고, 대학들이 줄여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3,113명에서 4,610명으로 1,497명 늘었습니다. 1년 뒤 2026학년도 모집인원은 다시 3,058명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해 중도탈락자는 대체로 다음 해 입시를 보고 움직입니다. 입시기관도 2024년 수치를 2025학년도 증원과, 2025년 수치를 2026학년도 원복과 잇습니다. 그렇게 놓으면 의대 자리가 1,497개 늘던 해에 SKY에서 370명이 더 떠났고, 자리가 원래대로 돌아가자 484명이 덜 떠났습니다. 세 학교가 모두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2024년에 서울대 +11.2%, 연세대 +14.0%, 고려대 +23.8%, 2025년에는 각각 −22.7%, −15.3%, −21.5%입니다.
다른 대학도 같이 늘었습니까?
아닙니다. 같은 종로학원 분석으로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의 2024년 중도탈락자는 10만 817명입니다. 2023년 10만 56명에서 0.8% 늘었을 뿐입니다. 서울권 대학은 1만 9,663명으로 7.7% 늘었고, 서울권을 뺀 지역 대학은 오히려 649명(0.8%) 줄었습니다. SKY는 17.4%였습니다.

저는 이 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학 전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전국 숫자가 움직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움직임은 위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의대에 원서를 낼 성적이 되는 학생이 많은 곳일수록 더 많이 떠났습니다. 의대 증원이 그 해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설명이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면 떠난 학생은 전부 의대에 갔습니까?
그건 공시에 없습니다. 중도탈락 공시는 몇 명이 나갔는지만 적고 어디로 갔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열을 나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보도된 자연계 비율(2023년 62.1%, 2024년 59.9%)로 나누면, 2024년에 늘어난 370명 가운데 자연계는 약 175명, 인문·예체능은 약 195명입니다. 절반 넘게는 자연계가 아니었습니다.

통합수능 뒤로 문과·이과의 벽이 낮아져, 인문계열로 들어온 학생이 과목을 다시 준비해 의대에 지원하기도 합니다. 다른 대학·다른 학과로 옮긴 학생도 있을 겁니다. 이 숫자로는 어느 쪽인지 가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대 가려고 1만 명이 떠났다’는 문장보다 ‘의대 자리가 늘어난 해에 위쪽 대학에서 평소보다 370명이 더 움직였다’까지만 씁니다. 2025년에 줄어든 484명도 자연계 약 198명, 인문·예체능 약 286명으로 양쪽에서 함께 줄었습니다.
한 가지 더 적어 둡니다. 정원이 움직인 건 두 번이고, 두 번 모두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두 번은 증명이 아니라 정황입니다.
학생들은 왜 그 신호에 그렇게 빨리 반응했습니까?
가격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2022년 발표)에서 의사 연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2억 3,070만 원이었고,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5.2%씩 올랐습니다. 요양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력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공급이 19년 동안 3,058명으로 묶인 직업의 값입니다.
가격은 정보입니다. 이 숫자는 수험생에게 ‘여기 자리가 모자란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학생들은 그 신호를 정확히 읽었습니다. 자리가 1,497개 늘자 더 많이 떠났고, 자리가 줄자 덜 떠났습니다. 저는 여기서 잘못한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스무 살이 가장 값이 높은 쪽으로 가겠다는 건 개인이 할 선택이고, 나라가 말릴 일도 나무랄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반대 방향의 신호도 있습니다. 입시 매체 베리타스알파는 2025년 감소를 설명하며 의대 원복과 함께 반도체 회사 성과급을 들었습니다. 수억 원 성과급이 예상되니 공대에 남을 이유가 생겼다는 해석입니다. 숫자로 확인한 건 아니라 해석으로만 적습니다. 다만 방향은 같은 이야기입니다. 값이 오르는 쪽으로 사람이 갑니다. 의대 쪽 값을 국가가 정원으로 정해 두면, 다른 쪽 값이 그만큼 올라야 사람이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문제는 학생이 아니라 신호가 흔들린 데 있다고 봅니다. 의대 모집인원은 3년 동안 세 번 바뀌었습니다. 2025학년도 +1,497명, 2026학년도 원복, 2027학년도 다시 490명 증원. 학생들은 그때마다 대학을 그만둘지, 한 해를 더 걸지를 다시 계산해야 했습니다. 2024년에 평소보다 더 떠난 370명 가운데 일부는 이듬해 자리가 되돌아가는 것까지 계산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는 발표 한 줄로 바꾸지만, 그 한 줄의 값은 스무 살들의 1년으로 치러집니다. 정부의 실패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싸게 치러진다고 저는 봅니다.
반대편이 맞는 대목도 적습니다. 지방에 의사가 모자라다는 건 시장이 혼자 풀지 못한 문제입니다. 사람이 적은 곳은 환자가 적고, 환자가 적으면 의원이 버티지 못합니다. 이건 가격만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역의사제를 들고 나온 쪽이 그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다만 방법에서는 생각이 다릅니다. 2027학년도 증원분 490명은 모두 서울을 뺀 32개 대학의 지역의사제 전형이고, 면허를 딴 뒤 10년을 정해진 지역에서 일해야 합니다. 등록금·교재비·주거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댑니다. 자리에 의무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저는 의무보다 값을 붙이는 쪽이 덜 틀린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의 보수를 그만큼 올리면, 10년을 묶지 않아도 가겠다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 돈을 누가 내느냐는 따로 세야 합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다음엔 무엇을 보면 됩니까?
2027년 8월 대학알리미 공시입니다. 거기 실릴 2026년 SKY 중도탈락은 2027학년도 입시, 곧 10년 의무가 붙은 490개 자리를 학생들이 어떻게 값매겼는지를 보여 줄 겁니다. 2024년처럼 크게 늘면 의무가 붙어도 의대 자리 값은 여전히 높다는 뜻이고, 거의 안 늘면 의무 10년의 값이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그 공시가 나오면 이 표에 한 줄을 더 붙이겠습니다.
한계도 적습니다. 전국·서울권 숫자는 2024년까지만 분석이 나왔고 2025년 전국 값은 아직 없습니다. 연도와 입시 학년도를 잇는 방식은 입시기관의 해석을 따랐습니다. 계열별 인원은 보도된 비율로 제가 나눈 값이라 한두 명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중도탈락에는 의대와 무관한 이유(적성·가정 형편·군 복무 뒤 미복학)도 섞여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SKY 중도탈락자는 해마다 몇 명입니까?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값으로 2021년 1,971명, 2022년 2,131명, 2023년 2,126명, 2024년 2,496명, 2025년 2,012명입니다. 5년 합계 1만 736명이고, 재학생 대비로는 2.58~3.25%입니다. 자퇴·미등록·미복학을 모두 셉니다.
SKY 중도탈락이 늘어난 건 의대 증원 때문입니까?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497명 늘기 직전 해에 SKY 중도탈락이 370명(17.4%) 늘었고, 2026학년도에 원복되자 484명 줄었습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늘어난 370명 중 약 195명은 자연계가 아니었고, 누가 의대로 갔는지는 공시에 없습니다.
2027학년도 의대 490명 증원은 SKY 중도탈락에 영향을 줍니까?
아직 모릅니다. 늘어나는 490명은 모두 서울을 뺀 32개 대학의 지역의사제 전형이고, 면허를 딴 뒤 10년을 정해진 지역에서 일해야 합니다. 2026년 중도탈락 공시(2027년 8월 예정)가 나오면 이 조건이 붙은 자리를 학생들이 어떻게 값매겼는지 보입니다.
출처: 종로학원 대학알리미 중도탈락 분석 — 베리타스알파·헤럴드경제·뉴스1 2026-09-27(SKY 2021~2025, 대학별·계열별), 한국대학신문 2025-09-04(전국 4년제 223곳·서울권 2023~2024) · 교육부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4,610명(정책브리핑 2024-05) · 2026학년도 3,058명 확정(정책브리핑 2025-04-17) · 2027학년도 3,548명·지역의사제 490명(2026-04 확정 보도)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2022, 2020년 기준 임금) · 재학생 수 역산·계열 인원 계산 강해준.
딸이 대학 원서를 쓰는 건 2036년 가을입니다. 그때 의대 정원이 몇 명일지 저는 모릅니다. 모른다는 게 이 글의 결론이라 조금 민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