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미래 변화는 판매가격과 매출총이익율에 추가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LG이노텍 반기보고서 주석, 환율 민감도 표 바로 밑에 있는 한 문장입니다. 8월에 읽고 넘겼습니다. 9월에 다시 꺼냈습니다.
지난주 신문에 ‘환율 100원에 1조가 날아간다’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씨티는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10% 내렸습니다. 노무라는 원화가 10% 강해지면 메모리 회사 영업이익이 12% 준다고 썼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환율 100원에 현대차 1조 9,000억, 기아 1조 4,000억이라고 했습니다. 전부 증권사 추정입니다. 회사가 직접 적은 숫자는 어디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반기보고서 주석에 있습니다. 회계기준이 ‘환율이 10% 움직이면 세전이익이 얼마나 변하는가’를 적게 합니다. 34곳을 읽었습니다. 시가총액이 크거나 수출과 수입이 많은 회사를 제가 골랐고, 전수는 아닙니다.
읽기 전에 환율부터 놓겠습니다. 각주가 계산에 쓴 반기말 환율은 달러당 1,541.50원입니다. 한국가스공사 주석의 적용환율 표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9월 21일 매매기준율은 1,383.8원입니다. 10.2% 내렸습니다. 같은 날 주간 거래 종가는 1,381.0원이었습니다. 각주가 가정한 ‘10%’가 석 달 만에 실제로 일어난 셈입니다.

각주는 무엇을 셉니까?
34곳 중 19곳이 반기보고서에 숫자를 적었습니다. 15곳은 반기보고서에는 없습니다. 삼성전자, POSCO홀딩스, S-OIL, HD현대중공업, HMM, 삼성SDI, 셀트리온이 그쪽입니다. 안 적는 회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반기보고서는 주석을 줄여 쓰는 것이 허용되고, 연차 보고서에만 적는 회사가 많습니다.
적은 19곳의 문장은 거의 같습니다. “보고기간말 현재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고 각 외화에 대한 기능통화의 환율이 10% 변동시 세전이익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대개 이 한 줄이 따라옵니다. “상기 민감도 분석은 보고기간말 현재 기능통화 이외의 외화로 표시된 화폐성 자산 및 부채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화폐성 자산과 부채는 외화 예금, 받을 돈, 빌린 돈, 갚을 돈입니다. 6월 30일 하루의 잔액입니다. 그 잔액에 환율 10%를 곱한 것이 각주의 숫자입니다. 다음 분기에 달러로 팔 물건과 달러로 살 원료는 이 표에 없습니다. 기아 주석은 더 분명하게 적었습니다. “외화표시 금융자산 및 금융부채에 대한 외화환산.” 환산입니다. 장사가 아닙니다.
| 회사 | 각주의 가정 | 원/달러 상승 시 세전이익 | 무엇을 셌나 |
|---|---|---|---|
| SK하이닉스 | 10% | +4조 7,517억 | 달러 자산 478억 달러 − 달러 부채 171억 달러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10% | +5,186억 | 화폐성 자산·부채 |
| LG전자 | 10% | +1,448억 | 화폐성 자산·부채 |
| 현대자동차 | 5% | +955억 (유로는 +2,664억) | 화폐성 자산·부채 |
| LG이노텍 | 10% | +522억 | 화폐성 자산·부채 |
| 삼성전기 | 5% | +89억 (통화 합계 −2억) | 달러 자산 4조 1,086억 − 부채 3조 9,305억 |
| 기아 | 10% | −324억 (유로는 +418억) | 외화표시 금융자산·부채 환산 |
| LG디스플레이 | 5% | −844억 | 화폐성 자산·부채 |
| SK이노베이션 | 10% | −2,921억 | 파생상품 효과 포함 |
| LG에너지솔루션 | 10% | −9,303억 (헤지 반영 시 +1,642억) | 달러 차입금 |
| LG화학 | 10% | −1조 2,580억 | 달러 자산 5조 9,137억 − 부채 19조 4,284억 |
| 한국전력 | 10% | −1조 7,705억 | 달러 금융부채 123.6억 달러 · 헤지 반영 전 |
| 삼성전자 | — | 숫자 없음 | 34곳 중 15곳이 반기보고서엔 없음 |
부호부터 보십시오. 같은 ‘원화 약세 10%’인데 SK하이닉스는 4조 7,517억이 늘고 한국전력은 1조 7,705억이 줍니다. 수출을 많이 하느냐가 아닙니다. 6월 30일에 달러를 들고 있었느냐, 달러 빚을 지고 있었느냐입니다. SK하이닉스는 반기말에 달러 자산이 478억 달러였고 달러 부채가 171억 달러였습니다. 원화로 73조 8,007억과 26조 4,021억입니다. 차이 47조 3,986억의 10%가 각주의 숫자와 거의 같습니다. LG화학은 달러 자산 5조 9,137억에 달러 부채 19조 4,284억입니다. 원화가 약해지면 빚이 커집니다. 한국전력은 달러 금융부채가 123억 6,000만 달러이고 달러 금융자산은 14억 달러입니다.
삼성전기가 이 표에서 제일 재미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을 달러로 받는 회사인데 각주상 환위험은 5% 기준 통화 합계로 2억 원 손실입니다. 0에 가깝습니다. 달러 자산 4조 1,086억과 달러 부채 3조 9,305억이 맞물려 있어서입니다. 각주만 보면 삼성전기는 환율과 무관한 회사입니다. 판가를 안 셌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왜 숫자가 없습니까?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는 환율 민감도 숫자가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적었습니다.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고, 일부 발생된 환포지션은 채권매각, 선물환 등을 활용하여 환변동영향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당사에 노출된 환율변동위험은 감소되지만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통화선도 계약이 32개 통화에 3,086건이라는 것은 적었습니다. 결과도 적었습니다. 상반기 외환차익 8조 9,903억, 외환차손 7조 5,440억입니다. 차이는 1조 4,463억 이익입니다. 작년 상반기는 외환차익 4조 9,201억에 외환차손 5조 80억으로 880억 손실이었습니다.
이 숫자로 알 수 있는 것은 규모입니다. 반기에 환율 때문에 오간 돈이 16조가 넘습니다. 씨티가 깎은 3분기 영업이익 11조 4,000억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여기서 안 나옵니다. 그것은 영업이익 이야기이고 외환차손익은 영업 밖 이야기입니다. 민감도 대신 결과를 적은 회사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무엇이 나은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과는 확정된 숫자이고 민감도는 가정입니다. 다만 결과는 지나간 반기의 것이고 가정은 다음 분기를 위한 것입니다.
‘100원에 1조’와 각주의 숫자는 왜 다릅니까?
기아를 놓고 보겠습니다. 각주는 환율 10%에 세전이익 324억 감소입니다. 다올투자증권 추정은 환율 100원에 영업이익 1조 4,000억입니다. 반기말 환율 1,541원의 10%는 154원이니 각주를 100원으로 고치면 약 210억입니다. 67배 차이입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을 쟀습니다. 각주는 6월 30일 하루의 외화 잔액을 다시 평가한 것이고, 증권사는 한 해 동안 달러로 팔 차값을 원화로 바꾼 것입니다. 하나는 재무상태표의 한 시점이고 하나는 손익계산서의 한 해입니다.
34곳 중 두 시계를 다 적은 회사는 한 곳이었습니다. 대한항공입니다. 주석이 아니라 ‘위험관리 및 파생거래’ 항목에 표로 적었습니다. 순외화부채 약 56억 달러, 환율 10원에 외화평가손익 약 560억. 그리고 한 줄 더. 연간 예상 달러 부족량 약 16억 달러, 환율 10원에 현금 약 160억. 앞의 560억이 각주가 세는 것이고 뒤의 160억이 증권사가 세는 것입니다. 항공사는 달러 빚이 많아 원화가 약해지면 장부가 먼저 나빠지고, 그다음 한 해에 걸쳐 현금이 따라 나빠집니다. 한 회사가 두 숫자를 나란히 적으니 무엇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유가도 같은 식으로 적었습니다. 연간 유류 소모량 약 3,050만 배럴, 배럴당 1달러에 약 3,050만 달러.
| 시계 | 무엇을 세나 | 어느 환율 | 언제 들어오나 |
|---|---|---|---|
| 각주 (민감도) | 반기말 하루의 외화 잔액 | 6월 30일 환율 1,541.5원 | 재무상태표 · 한 시점 |
| 증권사 추정 | 한 해 동안 달러로 파는 물건 | 그해 평균 환율 | 손익계산서 · 한 해 |
| 판가 (매출) | 팔린 날의 환율 | 9월이면 1,380원대 | 즉시 |
| 원가 (매출원가) | 원료를 산 날의 환율 | 두세 달 전 1,500원대 | 재고가 도는 만큼 늦게 · 제조업 중앙 82.9일 |
그러니 각주가 곧 현실인 회사가 있고 각주만으로는 모자란 회사가 있습니다. 달러 빚을 진 한국전력,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에는 각주가 현실입니다. 빚은 재고처럼 늦게 오지 않고 반기말 환율로 그날 평가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래서 각주에 한 줄을 더 붙였습니다. 달러 차입금이 통화선도와 통화스왑으로 전액 헤지된 것을 반영하면 9,303억 손실이 아니라 1,642억 이익이라고. 이 점은 회계기준이 옳게 짚었습니다. 금융상품의 위험을 적으라는 기준이고 적힌 대로 적었습니다. 장사의 위험은 그 기준의 몫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환율은 그러면 언제 원가율에 들어옵니까?
제가 12년 동안 본 자리가 여기입니다. 환율이 크게 움직인 분기에 재무팀이 먼저 여는 것은 손익 추정이 아니라 재고 장부의 매입 환율이었습니다. 판가는 팔린 날의 환율로 잡힙니다. 원가는 원료를 산 날의 환율로 잡힙니다. 그 둘 사이에 재고가 도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셌습니다. 재고자산을 매출원가로 나눠 365를 곱한 재고회전일수입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두 숫자가 다 있는 상장사 1,283곳 중 제조업 905곳의 중앙값이 82.9일입니다. 업종으로 가르면 자동차 55.8일, 전자부품·통신장비 75.4일, 화학 80.9일, 의약품 134.1일입니다. 회사로 보면 LG이노텍 32.4일, 현대차 49.6일, 삼성전자 95.0일, SK하이닉스 135.6일입니다. 연말 재고를 한 해 원가로 나눈 어림값이고 계약 주기와 헤지에 따라 회사마다 다릅니다. 방향은 같습니다.
원화가 석 달 사이 10% 강해졌다는 것은 이렇게 됩니다. 9월에 파는 물건은 1,380원으로 원화가 되고, 그 물건에 들어간 원료는 6월이나 7월에 1,500원대로 샀습니다. 판가가 먼저 내려오고 원가는 옛 환율로 남습니다. 원가율이 먼저 오릅니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21일 LG이노텍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컨센서스 3,112억보다 51.8% 낮은 1,501억으로 적으면서 든 이유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고환율 구간에 매입한 재고가 원가에 반영되는 동안 출하 판가에는 낮아진 환율이 적용된다고. LG이노텍의 각주 민감도는 522억 이익이었습니다. 각주의 부호와 장사의 부호가 반대입니다. 각주 밑의 그 한 문장이 이 뜻이었습니다.
반대 방향도 같은 시차로 옵니다. 9월 10일 1,337.9원에서 21일 1,383.8원으로 3.4% 되올랐습니다. 이 반등은 판가에 그날 들어가고 원가에는 두세 달 뒤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환율이 급하게 오른 분기의 원가율은 잠깐 좋아 보이고, 급하게 내린 분기의 원가율은 잠깐 나빠 보입니다. 재고가 한 바퀴 돌면 둘 다 제자리로 옵니다. 부품 회사에서 그 ‘잠깐’은 한 분기쯤이었습니다. 남는 것은 다음 납품 계약을 어느 환율로 다시 맺느냐였습니다.


읽어보지 못한 것
34곳은 전수가 아니라 제가 고른 회사입니다. 회사마다 5%와 10%, 세전과 세후, 파생상품 포함과 제외, 연결과 별도가 달라 한 자로 잰 표가 아닙니다. 각주에 적힌 그대로 옮겼고 5%는 두 배로 늘리지 않았습니다. 대한항공만 10원당 값에 154원을 곱해 환산했습니다. 각주는 6월 30일 잔액이라 지금 잔액은 다를 것이고, 3분기 보고서의 실제 외환차손익은 11월에야 나옵니다. 증권사 추정은 제가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재고회전일수는 연말 한 시점의 어림값입니다. 삼성전자의 외환차익과 외환차손은 거래 손익과 환산 손익이 섞인 숫자라 어느 쪽이 얼마인지 가르지 못했습니다. 제 DB의 일별 환율은 매매기준율이라 종가와 두어 원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각주는 반기말 하루의 잔액을 세고, 증권사는 한 해의 장사를 세고, 원가율은 재고가 도는 83일 뒤에 셉니다. 셋 다 ‘환율 10%’라고 부르는데 같은 것을 세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12년 동안 그 셋을 한 표에 맞추는 일을 했습니다. 맞은 적은 분기 마감 다음 날 하루뿐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반기보고서의 환율 민감도는 무엇을 계산한 숫자인가요?
반기말(6월 30일)에 장부에 있던 외화 예금·매출채권·차입금·매입채무를 환율 10%(회사에 따라 5%)로 다시 평가했을 때 세전이익이 얼마나 변하는가입니다. 다음 분기의 달러 매출과 달러 원가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회계기준(K-IFRS 1107호)이 금융상품 위험만 적게 합니다.
환율이 내리면 수출기업은 무조건 손해인가요?
각주만 보면 방향이 갈립니다. 원화 10% 강세에 SK하이닉스 세전이익은 4조 7,517억 줄고 한국전력은 1조 7,705억, LG화학은 1조 2,580억 늘어납니다. 달러를 들고 있느냐 달러 빚이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장사 쪽 영향은 판가엔 그날, 원가엔 재고가 도는 두세 달 뒤에 옵니다.
‘환율 100원에 1조’는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요?
증권사 추정입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연평균 환율 100원에 현대차 영업이익 1조 9,000억, 기아 1조 4,000억이 움직인다고 봤습니다. 기아의 각주는 환율 10%에 세전이익 324억입니다. 100원으로 고치면 약 210억, 67배 차이입니다. 하나는 한 해의 장사, 하나는 반기말 하루의 잔액을 잰 것입니다.
최종 수정 2026년 9월 22일 · 자료 기준 2026년 반기보고서(2026.06, 8월 14일 전후 공시) 34곳 주석 원문, 원/달러 매매기준율 2026년 9월 21일, 재고회전일수 FY2025 사업보고서, 헤럴드경제 9월 19일·이데일리 9월 21일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