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헌법 · 표결

대통령은 대법관 제청을 거부할 수 있습니까 — 헌법 104조를 읽고, 204일째 빈자리를 봅니다

헌법은 대법관 임명의 열쇠를 셋으로 나눴지만 기한은 적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장은 일곱 달 제청을 미뤘고, 청와대는 조문에 없는 재제청을 요구했습니다. 그 빈칸을 204일째 소송 당사자들이 메웁니다.

법대 위 의자는 그대로 있고, 앉을 사람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생성 자료 사진이며 특정 법정이 아닙니다.
법대 위 의자는 그대로 있고, 앉을 사람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생성 자료 사진이며 특정 법정이 아닙니다.
한 줄 답 — 헌법 제104조 2항은 제청·동의·임명의 열쇠를 셋으로 나눴지만 기한도, 거부 사유도, 재제청 절차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임명을 미룰 수 있고,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할 근거 조문은 없습니다. 그 빈칸 때문에 노태악 전 대법관 자리는 204일째(9월 23일 기준) 비어 있습니다. 합의된 옆자리는 제청 34일 만에 채워졌습니다.

헌법 제104조 2항은 한 문장입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열쇠가 셋이고, 세 사람이 하나씩 쥡니다. 이 문장에는 기한이 없습니다. 거부 사유도 없습니다. 재제청이라는 단어도 없습니다. 지난 한 달 대법원과 청와대가 주고받은 말은 전부 이 문장에 없는 것을 두고 벌어졌습니다.

그사이 대법관 한 자리는 204일째 비어 있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3월 3일 퇴임한 뒤부터입니다. 저는 이 싸움에서 어느 쪽이 헌법을 더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용을 누가 내는지는 압니다. 이 글은 그 이야기입니다.

사람 없는 법정의 긴 원목 법대와 빈 의자들
법대 위 의자는 그대로 있고, 앉을 사람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생성 자료 사진이며 특정 법정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날짜만 늘어놓겠습니다. 해석은 뒤에 붙이겠습니다. 전부 대법원과 청와대의 발표, 그리고 그것을 옮긴 보도에서 왔습니다.

날짜 일 비고
2026-01-21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후임 후보 4명 추천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2026-02-28 대법관 증원법 본회의 가결 173 대 73 · 2028년부터 매년 4명
2026-03-03 노태악 대법관 퇴임 대법원 13인 체제
2026-08-18 대법원장, 두 자리 서면 제청 김성수(이흥구 후임) · 손봉기(노태악 후임)
2026-08-28 청와대, 손봉기 제청 반려·재제청 요구 임명동의안 국회 미제출
2026-09-17 김성수 임명동의안 가결 재석 268명 중 찬성 217표
2026-09-21 김성수 대법관 임명 제청 뒤 34일
2026-09-22~23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입장문 두 차례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같은 날 제청된 두 사람의 길이 갈렸습니다. 김성수 후보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청와대가 밝혔고, 제청 34일 만에 대법관이 됐습니다. 손봉기 후보는 반려됐습니다. 청와대는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 서면 제청”이라고 했고,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1987년 현행 헌법 체계에서 유사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고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은 것이 처음이라는 뜻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9월 22일 첫 입장문에서 재제청 요구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며 응할 수 없다고 했고, 23일 두 번째 입장문에서는 “제청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라며 헌법에 어긋난다고 반박했고, 같은 날 다시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후속 절차를 취해달라”고 밝혔습니다. 9월 23일 밤까지 양쪽 다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헌법은 누구 편입니까?

누구 편도 아닙니다. 조문을 한 줄씩 대 보면 그렇습니다.

청와대의 말부터 보겠습니다. 임명권은 도장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 대목은 맞다고 봅니다. 헌법이 임명을 대통령에게 맡긴 이상, 임명하지 않을 여지도 함께 맡긴 것으로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대통령에게 제청된 이름을 그대로 받아 적으라는 조문은 없습니다. 이 점은 그쪽이 맞습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요구한 것은 임명 거부가 아니라 재제청입니다. 이건 조문에 없습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재제청 요구 권한을 묻는 질문에 “법령에는 규정돼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청와대가 근거로 든 것은 협의 관행입니다. 관행은 존중할 만한 것이지만 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라는 말은 임명권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조문에 없는 절차를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대법원장 쪽도 봅니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추천위원회를 두고, 6항에서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하여야 한다”고, 7항에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는 경우에는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고 적습니다. 대통령과 협의하라는 문장은 없습니다. 그러니 “협의가 없어서 흠결”이라는 주장에 대법원장이 근거를 달라고 한 것은 조문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다만 대법원장에게도 조문에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후보 4명은 1월 21일에 추천됐습니다. 제청은 8월 18일, 209일 뒤에 나왔습니다. 머니투데이는 4월에 “통상 추천 2주쯤 뒤 제청이 이뤄지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고 썼고, 두 기관이 서로 다른 후보를 두고 조율하다 교착에 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일곱 달을 협의로 쓰고, 합의가 안 되자 서면으로 낸 것입니다. 이것도 법 위반은 아닙니다. 기한이 없으니까요.

기한이 없으면 무엇이 멈춥니까?

사건이 멈춥니다. 대법관 한 사람은 1년에 사건 3,500~4,600건을 처리한다고 서울신문이 전했습니다. 그 숫자로 204일을 계산하면 1,956~2,571건입니다. 이 사건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은 대법관들이 나눠 맡거나 늦어집니다. 어느 쪽이든 그 비용을 내는 사람은 대법원장도 대통령도 아닙니다. 상고장을 내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2026년 대법관 두 자리의 추천·제청·반려·임명 날짜를 나란히 놓은 막대그래프
합의된 자리는 제청 뒤 34일 만에 채워졌고, 합의가 안 된 자리는 추천부터 245일째입니다.

비교할 거울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헌법 아래 국회의 몫에는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 2항은 “국회는 임명동의안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적습니다. 세 열쇠 가운데 국회의 열쇠에만 시계가 달려 있고,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열쇠에는 없습니다. 김성수 대법관의 경우가 보여 줍니다. 두 사람이 합의하면 제청에서 국회 동의까지 30일, 임명까지 34일이면 됩니다. 시계가 없어도 되는 것은 합의가 될 때뿐입니다.

저는 재무팀에서 12년 동안 결재 서류를 올렸습니다. 두 사람이 서명해야 넘어가는 서류가 있었고, 전결 규정에 처리 기한이 없는 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칸에 걸린 서류는 늘 마지막까지 책상에 남았습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었습니다. 기다려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쪽이 기다렸을 뿐입니다.

법원 기록실 복도에 줄지어 선 사건 기록 카트
빈자리 하나가 204일 동안 맡지 못한 몫은 복도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생성 자료 사진이며 특정 법원이 아닙니다.

왜 이 한 자리를 두고 이렇게까지 합니까?

자리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는 읽습니다. 2월 28일 국회는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해마다 4명씩 3년입니다. 열린국회정보의 의원별 표결을 정당별로 셌습니다.

정당 찬성 반대 기권 불참
더불어민주당 151 0 1 9
조국혁신당 12 0 0 0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6 0 0 0
무소속 4 0 0 3
국민의힘 0 70 0 36
개혁신당 0 2 0 1

의원별 명단을 합치면 반대가 72표로, 공식 결과 73표보다 1표 적습니다. 합계는 공식 결과(재석 247 · 찬성 173 · 반대 73 · 기권 1)를 따릅니다. 표는 정당 선을 따라 거의 정확하게 갈렸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대법관 증원법 표결의 정당별 찬성·반대·기권·불참 막대
대법관 증원법 표결을 정당별로 셌습니다. 표결 API 명단 기준입니다.

보도의 계산대로면 이 법이 시행될 때 이재명 대통령은 증원 12명과 임기 중 교체 10명, 모두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26자리 중 22자리입니다. 대법원장의 제청 없이 대법관이 될 수는 없고, 대통령의 임명 없이도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한 자리에서 “협의가 필수냐, 제청이 먼저냐”가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앞으로 22자리의 규칙이 됩니다. 양쪽 모두 그걸 압니다. 그래서 한 자리를 두고 입장문이 두 번 나옵니다.

대법관 정원 2026년 14명, 2028년 18명, 2029년 22명, 2030년 26명 막대
증원법 일정대로면 대법관 정원은 2030년 26명이 됩니다.

증원법에 대한 제 생각도 적어 둡니다. 저는 한 진영의 표만으로 최고법원의 정원을 거의 두 배로 늘리는 방식이 불편합니다. 법원이 느리다는 문제의식은 맞을 수 있습니다. 대법관 한 사람이 한 해 수천 건을 보는 구조는 누가 봐도 무겁습니다. 그러나 정원을 늘리는 일은 한 정부의 임기보다 오래 남습니다. 오래 남는 규칙일수록 반대편의 표도 조금은 들어가 있어야 다음 정부가 뒤집지 않습니다. 173 대 73은 다음에 뒤집기 좋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누가 이기느냐보다 규칙을 쓰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사람의 선의로 굴러가던 칸에 시계를 달자는 것입니다. 세 가지면 됩니다.

첫째, 추천에서 제청까지 기한을 둡니다. 추천위원회가 3배수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정해진 날 안에 제청합니다. 일곱 달은 협의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둘째,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정해진 날 안에 사유를 문서로 적어 돌려보내게 합니다. 그러면 대법원장이 요구한 “사유와 근거”가 문서에 남고, 거부의 무게도 대통령이 집니다. 셋째, 반려되면 같은 추천위원회의 나머지 후보 중에서 다시 제청할 수 있는지, 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려야 하는지를 적어 둡니다. 지금은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순간 해산된 것으로 보도록 8항이 정하고 있어, 이마저 불분명합니다.

이 세 줄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습니다. 대법원장이 제청을 끌 수도, 대통령이 임명을 끌 수도 없게 할 뿐입니다. 국회는 이미 자기 몫에 20일이라는 시계를 달아 두었습니다. 나머지 두 개에도 다는 것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법관 22자리가 새로 채워지기 전, 2028년 전에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뒤에 하면 누가 하든 자기 사람을 위한 규칙으로 보일 테니까요.

청와대와 대법원이 이 글을 읽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적어 둡니다. 이런 다툼은 한쪽이 옳아서보다 한쪽이 지쳐서 끝나기 쉽다고 저는 봅니다. 어떻게 끝나든 다음 사람에게는 선례로 넘어갑니다. 선의는 다음 정부로 이월되지 않습니다. 규칙은 이월됩니다.

저녁 집무실 책상 위에 닫힌 가죽 결재철과 쓰지 않은 인주와 도장
두 사람이 모두 도장을 찍어야 넘어가는 서류에 기한 칸이 없으면, 서류는 책상에 남습니다. 생성 자료 사진이며 특정 기관이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거부할 수 있습니까?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적습니다. 임명 기한도, 거부 사유도, 재제청이라는 절차도 없습니다. 임명을 미룰 수는 있지만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할 근거 조문은 없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1987년 헌법 아래 첫 사례로 보도됐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 자리는 얼마나 비어 있습니까?

노태악 전 대법관은 2026년 3월 3일 퇴임했습니다. 3월 4일부터 9월 23일까지 204일째 공석입니다. 후보 4명은 1월 21일에 이미 추천됐고, 제청은 209일 뒤인 8월 18일에 나왔으며, 청와대는 8월 28일 이를 반려했습니다.

대법관 증원법은 통과됐습니까?

통과됐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본회의에서 재석 247명 중 찬성 173명, 반대 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습니다.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해마다 4명씩 3년 동안 늘려 대법관은 14명에서 26명이 됩니다. 아직 증원분이 채워지기 전입니다.

근거: 헌법 제104조 제2항 · 법원조직법 제41조의2(국가법령정보센터) · 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2항 · 열린국회정보 본회의 표결 API(의안 2216843, 2026년 9월 23일 조회) · 서울신문·법률신문(2026년 9월 23일) · 더시사법률(2026년 8월 28일) · 시사프리즘 · 머니투데이(2026년 4월 2일) · 경향신문(2026년 3월 3일) · 뉴스핌(2026년 2월 28일·9월 17일). 날짜와 공석 일수는 2026년 9월 23일 기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헌법은 열쇠를 셋으로 나눠 서로를 붙잡게 했는데, 붙잡는 시간까지는 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 빈칸을 204일째 소송 당사자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보수라는 사람이 규제를 더 쓰자고 하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건 규제가 아니라 결재 규정입니다. 결재 규정 없는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는 제가 좀 압니다.

세어본 조건
근거
헌법 제104조②·법원조직법 제41조의2 ⑥⑦⑧·인사청문회법 제6조② 조문 · 대법원장 입장문(9/22·23)·청와대 브리핑 보도 · 열린국회정보 의원별 표결(의안 2216843, 9/23 조회) · 공석 일수 직접 셈(3/4~9/23)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열린국회정보 · 서울신문·법률신문 2026-09-23 · 더시사법률 2026-08-28 · 시사프리즘 · 머니투데이 2026-04-02 · 경향신문 2026-03-03 · 뉴스핌 2026-02-28·09-17
강해준 필명

부산 출신. 부품사 재무팀 12년. 지금은 데이터 일과 이 블로그. 주 3회 10km를 달리고 55분 밑으로는 못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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