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지침에 위반된다.” 김호철 감사원장이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말입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같은 금액을 나눠 준 격려금을 두고서였습니다. 같은 날 여러 기사 제목은 이 문장을 ‘국가재정법 위반’으로 줄였습니다.
두 표현은 한 글자 차이처럼 보입니다. 법을 어긴 것과 법에 근거해 만든 지침을 어긴 것은 다릅니다. 처벌의 문이 다르고, 탄핵의 문도 다릅니다. 저는 그 차이를 확인하려고 감사 결과 보도와 조문 다섯 개를 나란히 놓고 읽어봤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돈은 근거 없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지나간 길은 법이 그린 결재선 바깥이었고, 그래서 지금 쏟아지는 처방 대부분이 과녁을 비껴갑니다.

대법관 격려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시간 순으로 적겠습니다. 돈은 2022년 1월부터 나갔고, 문제가 된 것은 올해 8월 31일 감사원 발표부터입니다. 국정감사 일주일 사이에 세 번 다시 불려 나왔습니다.
| 시기 | 일 | 비고 |
|---|---|---|
| 2022-01~2024-04 | 대법관 12명 월평균 200만 원 · 처장 월 300만 원 현금 격려금 | 매달 두 차례 |
| 2024-05~2025-09 | 지급일·금액이 사람마다 달라짐 | 연간 총액은 비슷 |
| 2026-08-31 | 감사원 정기감사 결과 공개 · 12억 9,900만 원 | 처장에게 ‘주의’ |
| 2026-10-06 | 대법원 국감 · 대법원장 증인 선서 거부 뒤 답변 | “지출관이 따로 있다” |
| 2026-10-08 | 기획예산처 국감 · 2027년 격려금 예산 23억→26억 | +3억 원 |
| 2026-10-12 | 감사원 국감 ·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지침 위반” | 사용처는 확인 못 함 |
| 2026-10-13 | 조국혁신당, 공수처 고발 예고 | 7개 혐의 |
감사원 발표를 보도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매달 두 차례, 평균 200만 원을 현금으로 줬습니다. 같은 기간 법원행정처장은 매달 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대법관들이 따로 받는 특정업무경비 월 512만 원과는 별개였습니다. 2025년 9월까지 합치면 12억 9,900만 원입니다(SBS·아시아경제·헤럴드경제, 8월 31일).
대법원장 본인은 받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장을 경호하는 팀과 공관 경비대가 월 150만~280만 원을 받은 것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법원행정처의 설명은 재판 기일 전후에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의 노고를 격려하려는 돈이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지적을 존중해 자체 개선안을 시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감사원은 정확히 무엇이 틀렸다고 했습니까?
대법원 예산 집행지침은 격려금 자체를 막지 않습니다. 일 잘한 부서나 직원을 격려하는 돈은 허용합니다. 막는 것은 하나입니다. 법령상 근거 없이 월정액처럼 정기적으로 주는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같은 금액을 주면 그것은 격려가 아니라 보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보면 그 경계를 넘은 모양이 분명합니다. 2024년 4월까지 28개월은 대법관 12명에게 월 200만 원, 처장에게 월 300만 원이었습니다. 곱하면 7억 5,600만 원입니다. 12억 9,900만 원의 58.2%입니다. 나머지 5억 4,300만 원은 2024년 5월부터 17개월 동안 나갔습니다. 13명이 그대로였다고 보고 나누면 한 사람에 한 달 약 246만 원입니다. 지급일과 금액을 사람마다 달리 했지만 줄지는 않았습니다. 감사원도 이 구간을 두고 2024년 1인당 연간 지급액이 비슷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10월 12일 국감에서 현금이 대법관에게 지급된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용 내역 제출을 요구했는데 내역이 관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파이낸셜뉴스). 12억 9,900만 원이 나간 기록은 있고, 쓰인 기록은 없습니다.
‘국가재정법 위반’과 ‘지침 위반’은 같은 말입니까?
다릅니다. 조문을 펴면 바로 보입니다.
| 조문 | 내용(요지) | 이 사건에서 |
|---|---|---|
| 국가재정법 6조 3항 | 법원행정처장은 이 법을 적용할 때 중앙관서의 장으로 본다 | 법원 예산의 책임자 |
| 국가재정법 44조 | 기획예산처장관이 매년 예산집행 지침을 작성해 통보한다 | ‘지침’의 뿌리 |
| 국가재정법 45조 |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다 | 법률 위반이 되는 곳 |
| 국고금 관리법 22조 | 재무관이 결정하고, 장이 임명한 지출관이 지출한다 | 결정과 지출은 다른 손 |
| 국고금 관리법 27조 | 재무관·지출관·출납공무원은 서로 겸할 수 없다 | 한 사람이 다 못 한다 |
| 감사원법 33조 | 위법·부당하면 시정·주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 이번 처분 |
| 감사원법 35조 |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면 고발하여야 한다 | 이번엔 고발 없음 |
국가재정법 44조는 정부 쪽 예산집행 지침의 근거입니다. 법원은 독립기관이라 법원행정처장이 이 법에서 중앙관서의 장으로 취급되고(6조 3항), 대법원은 자기 지침을 따로 둡니다. 감사원장이 말한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지침’은 이 지침입니다. 지침은 행정 내부의 규칙입니다. 어겼다고 바로 형벌이 붙지 않습니다.
법률을 직접 어긴 것이 되려면 45조, 예산을 정해진 목적 밖에 쓴 경우여야 합니다. 보도된 감사 결과에는 45조 위반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격려금 항목에서 격려금을 줬으니 목적은 맞고, 주는 방식이 지침을 어겼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으로 읽힙니다.
처분도 그 판단과 맞습니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감사원법 33조의 시정·주의입니다. 같은 법 35조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면 고발하여야 한다고 적습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입니다. 감사원은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감사원이 범죄 혐의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하나 덧붙이면, 감사원이 법원을 볼 수 있는 범위는 처음부터 좁습니다. 감사원법 24조 3항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직무감찰에서 뺍니다. 감사원이 법원에 할 수 있는 것은 돈의 흐름을 보는 회계검사뿐입니다. 사용처를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 데에는 이 칸막이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대법원장 답변과 처장 답변, 누가 맞습니까?
10월 6일 대법원 국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그 사람이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이 거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조세일보). 같은 날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최종적인 격려금 지급 결정은 대법원장이 하신다”고 답했습니다(쿠키뉴스). 10월 12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회계 서류와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실 확인서로 대법원장이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국고금 관리법을 펴면 두 사람의 말이 각자 다른 칸을 가리킵니다. 돈은 세 손을 거칩니다. 지급을 결정하는 재무관, 결정 서류를 받아 돈을 내보내는 지출관, 현금을 건네는 출납공무원입니다(22조·24조). 세 자리는 서로 겸할 수 없습니다(27조). 그리고 이 결재선의 꼭대기, 중앙관서의 장은 법원행정처장입니다.

그러니 대법원장의 말은 조문만 보면 형식상 틀리지 않습니다. 돈을 내보낸 손은 지출관이고, 법이 그린 결재선 어디에도 대법원장 칸은 없습니다. 어긋나는 곳은 그 앞입니다. 누가 정했느냐는 물음에 처장은 대법원장이라고 했고, 감사원은 대법원장이 지급했다고 봤습니다. 법원조직법 9조와 67조로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을 총괄하고 처장은 그 지휘를 받습니다. 결재선 바깥에서 결정이 내려와 결재선 안에서 집행된 모양입니다.

재무팀에서 12년을 보내며 가장 경계하던 모양이 이것이었습니다. 장부에 결재한 사람과 실제로 정한 사람이 다른 돈입니다. 이런 돈은 문제가 생기면 장부에 적힌 사람이 책임을 지고, 정한 사람은 장부에 없습니다. 그래서 감사원 처분도 처장에게 갔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위법 여부보다 더 고쳐야 할 곳이라고 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위증으로 고발할 수 있습니까?
민주당 쪽에서는 ‘허위 답변’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국회증언감정법 14조는 위증죄의 주어를 이렇게 적습니다.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선서는 7조가 정한 절차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10월 6일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했지만 관행대로 인사말만 하고 증인 선서는 하지 않았습니다(조세일보).
그러니 그날의 답변이 사실과 달랐더라도 14조 위증죄로는 갈 수 없습니다. 열흘 전 불출석 사유서를 읽으며 출석과 증언은 법에서 다른 문이라고 썼습니다(조희대 국감 증인 불출석, 처벌받습니까). 선서도 그 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조국혁신당이 13일 공수처에 내겠다고 예고한 고발도 위증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횡령, 허위공문서 작성 등 7개 혐의입니다(쿠키뉴스).
횡령은 남의 돈을 자기 것처럼 가져간 것을 말합니다. 지금 공개된 기록으로는 대법원장 본인은 받지 않았고, 받은 대법관들이 어디에 썼는지는 감사원도 모릅니다. 수사가 무엇을 찾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공개 기록이 확인해 준 것은 ‘근거 없는 정기 지급’까지입니다. 그 위로 얹힌 죄명은 아직 기록이 아니라 주장입니다.
그럼 탄핵 사유가 됩니까?
헌법 65조의 탄핵 사유는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입니다. 지난주 계산해 둔 숫자가 있습니다. 국회 소추는 재적 과반 150표면 되고, 파면은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필요합니다(조희대 탄핵 요건). 2023~24년 소추 13건 중 파면은 2건이었습니다.
이번 사안이 그 문턱을 넘는지는 헌재가 정할 일입니다. 다만 감사원장 자신이 고른 단어는 법률 위반이 아니라 지침 위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장의 정년은 2027년 6월 5일, 오늘부터 236일 뒤입니다. 소추가 되면 그날부터 직무가 멈추고, 결정 전에 정년이 오면 사건은 각하될 수 있습니다. 비싼 도구를 꺼내기 전에 그 도구로 무엇을 고치려는지부터 셈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고쳐야 합니까?
저는 두 군데라고 봅니다. 첫째는 보수입니다. 법원조직법 46조 2항은 법관의 보수를 ‘직무와 품위에 상응하도록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적습니다. 대법관의 일이 정말 무겁다면 그 값은 법률로, 공개된 표로 정하면 됩니다.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현금을 얹으면 국회도 국민도 대법관 보수의 진짜 크기를 모릅니다. 가격은 보여야 정보가 됩니다. 보이지 않는 보수는 누구도 깎자고도, 올리자고도 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예산입니다. 감사원 주의가 나온 뒤에도 대법원 2027년 예산안의 격려금 항목은 23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3억 원 늘었습니다(머니투데이, 10월 8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본경비 총액 안에서 대법원이 자체로 늘린 것이라고 했고, 국회 심사에서 적정 수준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늘어난 3억 원은 대법관 격려금 한 해 평균 3억 4,640만 원의 86.6%입니다.

예산 심사는 국회가 가진 가장 싼 도구입니다. 정기 지급분을 빼고, 사용 내역을 남기는 조건을 붙이면 됩니다. 탄핵소추처럼 150표를 모을 필요도, 헌재 결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법원조직법 82조가 법원 예산을 편성할 때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하라고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편성의 존중이지 집행의 면제가 아닙니다. 판결은 독립해야 하지만 장부까지 독립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끝까지 판 것은 여당 의원들이었습니다. 김남준 의원이 각목명세서에서 3억 증액을 찾았고, 김한규 의원은 사용처도 확인하지 않은 주의 처분이 약하다고 따졌습니다. 이 지적은 맞습니다. 세어보니 그렇습니다. 다만 근거 없는 돈을 고치는 일과 대법원장을 끌어내리는 일은 다른 일이고, 앞의 것은 이번 예산 심사 한 번으로 됩니다.
법이 그린 결재선 밖에서 정해진 돈은 장부에 정한 사람이 남지 않습니다. 고칠 곳은 사람보다 결재선입니다. 재무팀 12년 동안 제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증빙 주세요’였습니다. 인기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법관 격려금은 얼마였습니까?
감사원 대법원 정기감사(2026년 8월 31일 공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법관 12명과 법원행정처장에게 12억 9,900만 원이 현금으로 나갔습니다. 2024년 4월까지는 대법관 매달 평균 200만 원, 처장 300만 원이었고 특정업무경비 월 512만 원과 별도였습니다.
감사원장은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했습니까?
2026년 10월 12일 국감 보도에 따르면 김호철 감사원장의 말은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지침에 위반된다’였습니다. 감사원 처분은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주의’였고 고발은 하지 않았습니다. 예산을 목적 밖에 썼다는 국가재정법 45조 위반은 보도된 감사 결과에 나오지 않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위증으로 고발할 수 있습니까?
국회증언감정법 14조의 위증죄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에게만 적용됩니다. 조 대법원장은 10월 6일 국감에서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국혁신당이 10월 13일 공수처에 내겠다고 한 고발 혐의도 위증이 아니라 횡령·허위공문서 작성 등 7개입니다(10월 12일 보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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