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8명 중 8등, 면접 5명 중 5등. 그리고 사장. 10월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이 순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초기 테스트 기준과 최종 선택 기준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 문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이 정말로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람보다 조문을 먼저 읽었습니다.
국감에서 무엇이 나왔습니까?
보도를 모으면 이렇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역난방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들고 하 사장이 사장 공모 서류심사를 통과한 8명 가운데 85.8점으로 8위, 면접에서는 5명 가운데 81.42점으로 5위였다고 밝혔습니다. 평가 다섯 항목이 모두 D나 E였고, ‘해당 분야 지식과 경험’에서 A를 준 심사위원은 없었다고 했습니다(연합뉴스·머니투데이·뉴스1 10월 6~19일). 이 숫자는 10월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감에서 처음 나왔고, 오늘은 당사자가 직접 답했습니다.
하 사장은 성남환경운동연합 창립대표, 판교환경생태학습원장(2015~2023) 등을 지낸 시민·환경운동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함께했다고 보도됐고,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결혼식 주례를 선 사실은 본인이 지난해 언론 취재에서 확인했습니다. 오늘 그는 ‘활동하면서 주례를 40회 정도 섰고 그중 하나’라며 사전 교감은 없었고 ‘제가 신청했다’고 답했습니다. 사장 연봉은 성과급을 합쳐 약 2억 4,300만 원입니다.
반대편 이야기도 적어 둡니다. 정치학자 임미리 박사는 주례 한 번으로 50년 가까운 지역 시민운동 경력을 ‘성남 인맥’으로 지워서는 안 된다고 썼습니다(주간경향 10월 7일). 저도 주례가 임명 이유였다는 증거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증거가 공개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누가 꽂았나’를 따지지 않습니다. 대신 꼴찌가 사장이 되는 길이 법 어디에 나 있는지를 봅니다.

공공기관운영법은 사장을 어떻게 뽑으라고 합니까?
지역난방공사는 시장형 공기업입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25조 1항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공기업의 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단계는 넷입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고르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심의하고,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눈여겨볼 단어는 ‘복수로’입니다. 법은 몇 명을 올리라고도, 어떤 순서로 올리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지금 재정경제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은 임원추천위원회가 3~5배수를 ‘우선순위 없이’ 추천하게 합니다. 이번에도 위원회는 면접을 본 5명을 모두 올렸습니다. 서류 8위·면접 5위라는 정보는 그 단계에서 사라집니다. 장관 앞에는 순서 없는 이름 다섯 개만 남습니다.

30조 1항은 기준을 하나 적어 두기는 했습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기관장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 그런데 점수표는 바로 그 기준으로 매긴 것입니다. 기준대로 매긴 점수에서 꼴찌를 한 사람이, 같은 기준을 지켰다는 추천 명단에 들어갑니다. 위원회가 5명을 다 올린 순간 그 모순은 기록에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하 사장의 답은 문언상 맞습니다. 법과 지침이 초기 점수와 최종 선택을 일부러 떼어 놓았습니다. 장관은 왜 5위를 골랐는지 설명할 의무가 없습니다. 김성환 장관은 6일 국감에서 단독 제청 이유를 묻자 ‘에너지뿐 아니라 여러 환경·생태적 요소도 고려해야 하는 자리’라고 답했습니다. 그 기준이 서류와 면접 다섯 항목 어디에 들어 있었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점수를 지우는 것이 왜 문제입니까?
저는 가격은 정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누가 가격을 정해 버리면 시장이 모은 정보가 지워집니다. 공모 점수도 같습니다. 지원자 여덟 명이 서류를 내고, 외부 위원들이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는 건 그 자리에 누가 맞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일입니다. ‘우선순위 없이 추천’은 그 정보를 마지막 문턱에서 지우는 규칙입니다. 경쟁을 시켜 놓고 결과는 안 보겠다는 셈입니다.
재무팀에서 일할 때 협력사 입찰을 여러 번 봤습니다. 최저가가 늘 낙찰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1순위를 빼고 다른 곳을 고르면 품의서에 이유를 한 단락 써야 했고, 그 단락이 감사 때 가장 먼저 읽혔습니다. 이유를 적어야 한다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이상한 선택은 걸러졌습니다. 공공기관 사장 선임에는 그 한 단락이 없습니다.
법에 장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9조 7항은 임원추천위원회가 회의록을 작성·보존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가 있으면 예외입니다. 이번 점수가 알려진 것도 국정감사 자료 요구 덕분이었습니다. 투명성 장치는 진보 정부들이 하나씩 밀어붙여 얻은 것이고, 저는 그 덕을 매일 봅니다. 다만 공개가 사후에, 그것도 야당 의원 요구로만 이뤄진다면 선택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국회는 이 문제를 고치려고 했습니까?
22대 국회에 발의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전부 셌습니다. 2024년 6월 24일부터 2026년 10월 6일까지 72건입니다.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행정위원회로 바꾼 1건(김병기 의원 안), 철회 1건이고 나머지 70건은 계류 중입니다. 국회입법예고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을 한 건씩 읽고, 정권이 바뀐 2025년 6월 4일을 기준으로 나눴습니다.
| 구분 | 정권 교체 전 | 정권 교체 뒤 |
|---|---|---|
| 발의 건수 | 29건 | 43건 |
| 제안이유에 ‘낙하산’이 나오는 안 | 3건 | 0건 |
|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묶는 안 | 2건 | 9건 |
‘낙하산’을 막자는 안 3건은 이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 안(2024년 12월·의안 2206763)은 임원 후보 지원서류 보관 의무와 과태료를 두자고 했습니다. 같은 당 양부남 의원 안(2025년 2월·2207933)은 대통령이 임명할 공기업 사장 후보를 국회 소관 상임위에 통지하고, 상임위가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게 하자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안(2025년 3월·2208638)은 공항공사 임원 후보에 5년 이상 관련 경력을 요구합니다. 셋 다 계류 중이고, 시행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두 민주당 안은 야당 시절에 나왔습니다. 집권한 뒤 16개월 동안 43건이 발의됐지만 제안이유에 ‘낙하산’이 들어간 안은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한 건도 없습니다. 대신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추자는 안이 9건 나왔습니다. 정권 교체 전 2건을 합친 11건의 대표발의자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은 없습니다. 임기를 맞추면 전 정부 사람을 내보내는 다툼은 줄어듭니다. 그 대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모든 자리가 한꺼번에 비고, 한꺼번에 채워집니다. 누구로 채울지, 점수를 어떻게 남길지는 제가 읽은 11건의 주요내용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선임과 관련된 안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 안(2025년 8월·2212075)은 임원 후보 국민추천제의 근거를, 민형배 의원 안(2025년 7월·2211464)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을 3분의 2 이상으로 늘리자고 합니다. 다만 추천 점수와 순위를 남기자는 안은 없었습니다.

국민의힘도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늘 나경원 의원은 질의 끝에 ‘정권이 교체되면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분들을 공공기관의 장으로 보내기도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문장의 앞부분이 문제의 본체라고 봅니다. 정도의 문제로 다투는 동안 규칙은 그대로 남습니다. 그리고 야당이 된 뒤 국민의힘 의원이 낸 공운법 개정안 가운데 사장 선임 절차를 고치자는 안은 제가 읽은 범위에서 없었습니다.
같은 자리, 앞선 사장들은 어땠습니까?
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만 봐도 같은 그림이 반복됩니다. 2013년 12월 이사회는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이명박 경선 캠프 대외협력특보를 지낸 사람이었고,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빅딜설’이 나왔습니다(한국경제 2013년 12월 17일). 2022년 11월에는 새누리당 의원을 지내고 윤석열 대선 캠프 상임정무특보를 맡았던 정용기 사장이 취임했고, 에너지 경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동행미디어 시대 2025년 9월 2일). 그리고 2026년 4월 하동근 사장입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이 정부만의 일로 쓰면 반만 맞습니다. 보수 정부도 같은 법, 같은 지침으로 같은 자리에 정치권 사람을 보냈습니다. 제가 보수라고 해서 그때는 괜찮았다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다른 점은 이번에는 점수표가 공개됐다는 것뿐입니다. 이 정부가 유독 나빠서가 아니라 이번에 기록이 나왔기 때문에, 기록이 나왔을 때 무엇을 고칠지가 중요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이재명 정부의 유일한 인사 기준은 능력’이라고 했습니다(동행미디어 시대 사설 10월 7일 인용). 그 말과 서류 8위·면접 5위가 나란히 놓였습니다.
상장회사라는 사실은 무엇을 바꿉니까?
지역난방공사는 코스피 상장사입니다. DART 최대주주 현황을 보면 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가 34.55%, 한국전력이 19.55%, 한국에너지공단이 10.53%로 합계 64.63%입니다. 2025년 말 소액주주는 8,381명이고 256만 7,900주, 22.18%를 들고 있습니다. 10월 15일 한국거래소 종가 7만 6,900원으로 셈하면 약 1,975억 원어치입니다.
회사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3조 9,982억 원, 영업이익 5,296억 원, 순이익 3,389억 원입니다. 부채는 5조 9,276억 원으로 자본 2조 3,014억 원의 2.58배입니다. 이 회사의 사장은 이 숫자를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 사장을 고르는 과정에서 점수가 지워지면, 비용은 장부를 함께 쓰는 소액주주와 열요금을 내는 가구가 나눠 냅니다.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사장 한 사람의 선임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소액주주 쪽으로 가는 개정안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 안(2026년 8월·의안 2220732)은 상장 공기업이 감사위원을 뽑을 때 개정 상법의 의결권 제한(이른바 3% 규칙)을 적용하지 말자고 합니다. 제안이유는 ‘공적 책무성이 없는 재무적·단기 투자자의 영향력이 비대해진다’는 것입니다. 소액주주는 단기 투자자이기만 한 게 아닙니다. 정부 지분이 64.63%인 회사에서 감사위원 선임까지 정부 몫을 지켜 주자는 안을 보수 정당 의원이 냈다는 게 저는 불편합니다. 시장에서 주주를 보호하자고 말하던 쪽이 공기업에서는 반대로 갑니다. 이 안도 계류 중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하 사장 개인을 법 위반자로 몰 근거는 없습니다. 법이 그 길을 열어 두었고, 그는 그 길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50년 시민운동 경력이 에너지 공기업 경영에 맞는지는 이제 실적으로 판정될 일입니다. 공공기관운영법 28조 2항은 기관장 연임을 경영실적 평가 결과로 정하게 합니다. 그 평가는 매년 나옵니다.
고칠 것은 규칙입니다. 두 가지면 됩니다. 하나,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명단에 서류·면접 점수와 순위를 그대로 붙여 올립니다. 순위를 지키라는 게 아닙니다. 지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둘, 장관이 1순위가 아닌 사람을 제청하면 제청 사유서를 임명과 같은 날 공개합니다. 기업이 입찰에서 1순위를 건너뛸 때 품의서 한 단락을 쓰듯이요. 둘 다 돈이 들지 않고, 어느 정부에나 똑같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부도 먼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치인도 유인으로 움직인다고 저는 믿습니다. 야당일 때는 낙하산 방지법을 내고 여당이 되면 임기 연동법을 내는 모습은 그 유인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그래서 규칙은 지금 손해를 보는 쪽이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손해를 볼 쪽이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국감이 끝나면 72건 가운데 어느 안이 소위에 오르는지 보겠습니다.
이 글의 한계
하 사장의 점수와 순위는 나경원 의원실이 지역난방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언론이 보도한 것이고, 저는 원자료를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3~5배수를 우선순위 없이 추천한다’는 경영 지침 내용도 지침 원문이 아니라 보도 인용입니다. 개정안 72건은 열린국회정보 의안 목록과 국회입법예고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으로 읽었고, ‘낙하산’은 제안이유에 그 낱말이 나오는지로만 셌습니다. 그 낱말 없이 비슷한 취지를 담은 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리 현황은 2026년 10월 19일 기준입니다. 소액주주 수와 지분은 2025년 12월 31일 기준 사업보고서 값입니다.
점수표 여덟 줄 맨 아래에 있던 이름이 사장실 문패에 붙었습니다. 법은 그걸 막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패보다 점수표가 어디로 갔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회의록 공개 청구서를 써 볼까 하다가, 아내가 ‘그 시간에 딸 숙제나 봐 달라’고 해서 일단 접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하동근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심사에서 몇 등이었습니까?
나경원 의원실이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도한 내용으로는 서류심사 통과자 8명 가운데 85.8점으로 8위, 면접 5명 가운데 81.42점으로 5위였습니다. 그래도 임원추천위원회가 올린 5명에 들었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제청으로 2026년 4월 임명됐습니다.
점수가 꼴찌인데 임명된 것은 불법입니까?
공공기관운영법 25조 1항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가운데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정합니다. 점수 1위를 고르라는 조항은 없고, 정부 경영 지침은 3~5배수를 우선순위 없이 추천하게 한다고 보도됐습니다. 절차상 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역난방공사 소액주주는 얼마나 됩니까?
2025년 말 기준 소액주주는 8,381명이고 256만 7,900주, 22.18%를 들고 있습니다. 10월 15일 종가 7만 6,900원으로 약 1,975억 원어치입니다. 정부·한국전력·한국에너지공단 몫은 합계 64.6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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