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명이 사람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10월 20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7분 간격으로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힌 70대 이모 씨는, 2022년 12월 그중 한 곳을 포함한 특허법인 두 곳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때 확정된 죄명은 특수협박, 형은 징역 2년 6개월이었습니다. 이번 불로 19명이 다쳤고 5명은 중상입니다. 저는 그 3년 10개월 사이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던 조항이 법에 있었는지 찾아 읽었습니다.
역삼동 방화 사건은 지금까지 무엇이 확인됐습니까?
KBS·문화일보·뉴시스의 10월 21일 보도를 맞춰 보면 이렇습니다. 첫 불은 20일 오전 11시 54분 무렵 역삼동 한 빌딩 3층에서, 두 번째 불은 7분 뒤 약 200m 떨어진 다른 빌딩 4층에서 났습니다. 두 빌딩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해 있습니다. 소방과 경찰 291명이 투입됐고, 중상 5명·경상 14명이 나왔습니다. 중상자 1명은 구조 당시 심정지 상태였다가 병원에서 자가 호흡을 되찾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이씨는 4시간여 뒤 종로구 동묘앞역 근처에서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그가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고 ‘특허법인이 허위 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쳐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나흘 전 플라스틱 통과 라이터, 인화물질을 산 정황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특허청 등록디자인공보에는 그가 주장한 운동기구 디자인 2건이 모두 본인 명의로 등록돼 있습니다(국민일보·연합뉴스).
아직 수사 단계이고 이씨는 피의자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불을 질러 탈출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 일부 입주자가 화재경보를 듣지 못했다는 증언은 경찰이 감식으로 확인하겠다는 내용이라 이 글에서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4년 전 사건은 어떻게 처벌됐습니까?
머니투데이와 경향신문이 2023년 1심 판결문을 인용해 전한 내용입니다. 이씨는 2022년 12월 29일 오전 휘발유가 든 페트병 4개와 긴 가스라이터, 가위를 들고 특허법인 사무실에 들어가 50대 직원 얼굴과 상체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듯한 동작을 했습니다. 직원이 달아나자 쫓아가며 같은 동작을 반복했고, 곧바로 다른 특허법인으로 가 다른 직원에게 다시 휘발유를 뿌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4월 특수협박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건조물침입은 관리자 승인을 받고 들어간 정황이 있어 무죄였습니다. 재판부는 ‘매우 위험한 범행’이라면서도 ‘반성하며 다시는 같은 행동을 하거나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적었습니다. 그해 8월 항소가 기각됐고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특수협박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84조). 2년 6개월은 상한의 36%입니다. 일부 보도가 4년 전 사건을 ‘방화 미수’나 ‘방화 예비’로 적었는데, 판결문을 인용한 두 매체 보도에는 방화 관련 죄명이 없습니다. 저는 판결문 쪽을 따랐습니다. 형기가 언제 끝났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체포일부터 30개월을 세면 2025년 6월 말 무렵이고, 그렇다면 이번 범행은 출소 16개월쯤 뒤입니다. 가석방 여부를 모르는 추정입니다.
이번엔 방화죄 형량이 어떻게 됩니까?
사람이 있는 건물에 불을 놓으면 형법 제164조 1항, 현주건조물방화입니다.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 불로 사람이 다치면 2항이 붙습니다.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번 사건에 거론되는 조항이 2항 앞부분입니다. 하한 5년은 4년 전 형의 두 배입니다.
형량은 이번에 충분히 무겁습니다. 제가 읽고 싶었던 건 그 앞, 첫 번째 판결이 끝난 뒤의 시간입니다. 같은 대상에게 휘발유를 들고 두 번 간 사람을 형기가 끝난 다음에도 누군가 보고 있을 수 있었는지가 질문입니다.
| 조문 | 형·기간 | 이 사람에게 닿았나 |
|---|---|---|
| 형법 제284조 특수협박 | 7년 이하 징역 | 2023년 확정 죄명 · 2년 6개월 |
| 형법 제175조 방화 예비 | 5년 이하 징역 | 보도된 2023년 판결 죄명에 없음 |
| 형법 제164조 2항 현주건조물방화치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 | 이번 사건 적용 거론 · 수사 중 |
| 전자장치부착법 제21조의2 형 종료 후 보호관찰 | 2년~5년 | 대상 5개 범죄에 방화·협박 없음 |
| 치료감호법 제2조 치료감호 | 최장 15년 수용 | 심신장애 판단이 있어야 대상 |
|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 피해자 통지 | 석방 등 통지 | 피해자가 신청해야 통지 |
형기가 끝난 뒤 그를 지켜볼 조항은 있었습니까?
세 갈래를 읽었습니다. 첫째, 전자장치부착법입니다. 제21조의2는 형 집행이 끝난 사람에게 2~5년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명령을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대상은 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 같은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제2조의 ‘특정범죄’ 정의에 방화도 협박도 없습니다. 법 전문을 찾아봐도 ‘방화’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둘째, 치료감호법입니다. 제2조 1항 1호는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벌할 수 없거나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가운데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 위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수협박은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입니다. 그러나 2023년 판결로 보도된 양형 이유는 반성·연령·동기였고 심신장애 판단은 보이지 않습니다. 피해 법인 변리사는 ‘4년 전 경찰이 피해망상 환자라고 얘기한 게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문화일보). 그 말이 맞다면 신호는 있었고 조항까지 가지 않은 셈입니다. 감정 여부는 판결문을 보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피해자 쪽 장치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는 피해자가 신청하면 검사가 ‘피의자·피고인의 구속·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을 신속히 알리도록 합니다. 신청해야 오는 통지이고, 통지를 받아도 출소한 사람에게 접근을 막을 권한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특허법인들이 이 통지를 받았는지는 보도에 없습니다.

방화범은 다른 범죄자와 무엇이 다릅니까?
경찰청이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린 2020년 피의자 통계를 직접 셌습니다. 그해 검거된 방화 피의자는 1,196명입니다. 전과가 있는 사람은 미상을 뺀 1,049명 중 794명, 75.7%였습니다. 협박 74.0%, 상해 72.8%, 폭행 71.3%와 거의 같습니다. 방화범이 유독 전과가 많은 건 아니었습니다.
갈린 건 범행 때 정신 상태입니다.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로 분류된 방화 피의자는 142명, 11.9%였습니다. 협박은 1.6%, 상해 1.2%, 폭행 0.6%, 살인(기수) 6.2%입니다. 방화는 협박의 7배 남짓입니다. 술에 취한 상태도 427명, 35.7%였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방화를 다시 막는 열쇠는 형기의 길이보다 범행 당시의 상태를 다루는 쪽에 있습니다.

그 상태를 다루는 그릇은 작아졌습니다. 법무부 공공데이터의 국립법무병원 수용 인원은 2015년 1,180명에서 2025년 803명으로 32.0% 줄었습니다. 2020년 1,016명에서 이듬해 863명으로 크게 꺾였습니다. 청구가 줄었는지, 일찍 내보냈는지는 이 표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재범 위험 있는 심신장애인’이 10년 새 3분의 1 줄었다고 믿을 근거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국회에는 어떤 법안이 계류 중입니까?
둘을 찾았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의안 2218503)은 ‘방화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강력범죄’라며 특정범죄에 방화를 넣자고 합니다. 2026년 4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뒤 181일째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2025년 9월 대표발의한 치료감호법 개정안(의안 2213265)은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치료감호·치료명령 대상에 넣자는 내용으로, 7월 27일 법사위에 상정돼 소위로 넘어갔습니다.
두 안 모두 이번 사건을 정확히 겨누지는 못합니다. 김 의원 안은 방화로 처벌받은 사람에게 붙는데, 이씨의 첫 죄명은 협박이었습니다. 민 의원 안은 ‘일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씨는 특정 법인을 노렸고 다친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였습니다. 법은 죄명과 범행 유형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이 사람은 그 칸 사이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저는 법치가 단단해야 한다고 믿는 쪽입니다. 이번 일에서 형량을 더 올리자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현주건조물방화치상은 이미 하한 5년에 무기까지 열려 있습니다. 4년 전 2년 6개월이 가벼웠는지도 저는 판정하지 못합니다. 판결문을 보지 못했고, 당시 재판부는 법정형 안에서 정했습니다.
제가 보는 문제는 장부의 계정 과목입니다. 위험을 지켜보는 장치가 전부 ‘죄명’에 붙어 있습니다. 같은 대상에게 휘발유를 들고 갔다는 행위는 방화와 협박의 경계에 있었고, 기록에는 협박으로 남았습니다. 그 순간 형기 뒤의 보호관찰도, 치료감호도 이 사람과 무관해졌습니다. 보이는 것은 2년 6개월이라는 형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뒤 16개월 동안 아무도 그를 볼 근거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방화 전과자 전부에게 전자장치를 채우자는 쪽은 아닙니다. 공짜가 아닙니다. 방화 피의자만 한 해 1,200명 가까이 되고 그중 4분의 3이 이미 전과자입니다. 감독하는 사람 수는 그만큼 늘지 않습니다. 비용을 들일 곳을 고르는 게 정책입니다. 저라면 죄명 대신 행위로 고르겠습니다. 인화물질이나 흉기를 들고 같은 상대를 위협해 실형을 받은 사람이면, 그 죄명이 협박이든 예비든 형기 뒤 보호관찰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사 단계에서 ‘피해망상’이라는 말이 나온 사건은 치료감호법 제5조가 정한 대로 검사가 그 자료를 조사했는지 기록에 남기게 하는 것입니다. 김기현 안을 법사위가 심사할 때 이 두 줄을 같이 놓고 보면 좋겠습니다.

한계는 무엇입니까?
이번 사건은 경찰 발표와 KBS·문화일보·뉴시스·국민일보 10월 20~21일 보도로 읽었습니다. 혐의는 수사 중이고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2023년 판결은 판결문을 인용한 머니투데이·경향신문 보도로 읽었고 원문은 보지 못했습니다. 정신감정이나 치료감호 청구가 있었는지, 가석방·피해자 통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형기 끝 시점은 체포일부터 30개월을 센 추정입니다. 범죄 통계는 경찰청이 공개한 2020년 검거 인원이 가장 최근 파일이라 그해 기준이고, 살인은 기수만 셌습니다. 법무병원 수용 인원은 국립법무병원 한 곳의 공개 수치입니다. 조문은 현행 원문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방화죄 형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사람이 있거나 사는 건물에 불을 놓으면 형법 제164조 1항 현주건조물방화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그 불로 사람이 다치면 2항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 숨지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입니다. 불을 놓을 목적으로 준비만 해도 제175조 예비죄로 5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치료감호는 누가 받습니까?
치료감호법 제2조는 심신장애로 형이 면제되거나 감경되는 사람, 약물·알코올 중독자, 일부 성범죄자 중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재범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대상을 정합니다.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선고하며, 심신장애인은 국립법무병원 등에 최장 15년까지 수용될 수 있습니다.
방화범도 전자발찌를 찹니까?
현행법으로는 아닙니다. 전자장치부착법 제2조가 정한 ‘특정범죄’는 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 다섯 가지뿐이고 방화는 없습니다. 방화를 추가하는 개정안(김기현 의원 대표발의, 의안 2218503)이 2026년 4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재무팀에서 거래처 한도를 관리할 때 계정 과목이 틀리면 그 거래는 아무 경보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금액이 아니라 칸이 문제였습니다. 이번에도 그 칸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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